[알기 쉬운 생활 속 임대차 정보](1)‘원상회복’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2025-09-15     서정혜 기자
일년에 울산에서만 1만건이 넘는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지만,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올 때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고, 갈등이 커지면 법적 다툼으로 이어져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전에 조금만 준비하고 예방책을 마련한다면 이러한 분쟁은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이에 성창우 한국부동산원 울산지사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과 함께 한 달에 두 번 ‘알기 쉬운 생활 속 임대차 정보’를 통해 유익한 해법을 소개한다.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 가장 흔히 발생하는 갈등 중 하나가 바로 원상회복 문제이다. 퇴거 과정에서 임대인이 ‘벽지가 훼손됐다’ ‘가구가 파손됐다’는 이유를 들어 보증금에서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공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적으로 이 공제 요구가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다.

첫번째, 통상 손모는 임차인의 책임이 아니다. 민법 제615, 654조는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를 규정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원상회복’은 생활하면서 자연히 발생하는 흔적까지 포함하지 않는다. 법원은 ‘임차인이 통상적인 사용을 한 후에 생기는 상태 악화는 임대차계약 본질상 예정된 것’이라며, 임차인이 이를 복구할 책임은 없다고 판시했다. 예를 들어, 벽지 색바램, 액자 걸린 흔적, 가구가 놓였던 눌린 자국, 냉장고 설치 흔적 등은 ‘통상의 손모’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고, 통상 손모에 해당된다면 임차인은 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

두번째는 과실이나 방치로 인한 훼손의 책임 가능성이다. 생활 흔적을 넘어선 ‘심각한 파손이나 관리 소홀’은 임차인 책임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반려동물이 벽지를 심하게 훼손한 경우, 누수를 방치해 곰팡이가 번진 경우, 세면대·변기를 부주의로 파손한 경우 등이다. 이처럼 ‘통상 손모’를 넘어서는 수준의 훼손은 그 과실 정도, 감가상각 정도, 피해 범위 및 수리 비용 등을 고려해 임차인이 일정 부분 원상회복하거나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세번째는 계약 당시 상태 입증 책임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이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계약 당시 상태 입증’이다. 법원은 ‘훼손이 자연적 마모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임차인이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며, 계약 당시 원래 상태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임차인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면 임대인이 ‘계약 당시 집이 깨끗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임대인이 단순히 ‘깨끗했다’는 주장만으로 보증금을 공제하려는 사례가 많다.

네번째 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기록 등을 남겨야 한다. 임대인은 집을 내놓을 때 사진·영상으로 최초 상태를 상세히 기록해 둬야 한다. 임차인도 입주 시 이미 파손된 부분이 있다면 촬영 후 임대인에게 문자·이메일로 알리는 것이 좋다. 나아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활용하는 ‘임대주택 수선비부담 및 원상복구기준’을 참조할 수도 있다. 입주 시 해당 문서 ‘입주 및 퇴거 시 세대점검표’를 활용한다면 분쟁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통상 손모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범위를 넘어선 파손에 해당하는지는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 없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임차인은 임차물을 정해진 용법으로 소중히 사용하고(민법 제610조 제1항), 임대인은 통상의 손모는 원상회복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성창우 한국부동산원 울산지사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