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불황에 울주군 세수 500억 줄듯
석유화학 업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가운데, 다수의 업체가 위치한 울산 울주군의 세수가 감소해 군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14일 울주군에 따르면, 군의 내년도 당초예산은 올해 일반회계 기준 1170억여원보다 500억원가량 줄어든 1조12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예산 축소의 근본 원인은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업계의 극심한 불황으로 인한 세수 급감이다. 특히 군 재정의 버팀목이었던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법인세 납부가 사실상 전무해지면서 긴축재정 편성이 불가피해졌다.
온산국가산단은 전국 대표 국가산업단지 중 하나로, 군 세수 확보의 중심축이다. 그러나 온산국가산단의 주요 산업군 중 하나인 석유화학 업황은 최근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산 저가 공세,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실제 국가산업단지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11조3786억원이던 온산국가산단 석유화학 생산액은 올해 2분기 8조9139억원으로, 9조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수출액도 지난해 2분기 32억3300만달러에서 올해 26억1000만달러로 줄었다. 주요 기업들은 연이은 영업 적자로 감산·구조조정에 나섰고, 고용 감소와 협력업체 부실로 지역 전반에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군에 매년 약 50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하던 S-OIL조차 적자로 전환하며 올해는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못했다.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 역시 상황은 비슷해 올해 울주군의 석화업체 법인세 수입은 사실상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업황 전망 또한 개선 기미가 없어 세수 감소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세수 감소는 곧바로 세출 압박으로 이어졌다. 군은 세입 축소를 예상해 내년도 당초예산을 일반회계 기준으로 올해보다 500억원 줄인 1조1200억원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추경예산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든든한 금고 역할을 했던 통합재정안정화기금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지난 2023년 1894억원을 적립했지만, 지난해 700억원을 꺼내 썼고, 올해는 무려 1183억원을 인출했다. 남은 기금은 87억원가량으로 예상되는데, 조례에 따라 내년에는 기금 잔액의 95%인 82억여원만 사용할 수 있는 등 더 이상 ‘비상금’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세출 구조 역시 군을 옥죄고 있다. 세출 구조 특성상 운영비, 용역비,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은 매년 늘어나지만, 세입은 줄어들고 있어 선택할 수 있는 재정 운용 여력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군은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긴급성과 필수성이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자금을 배분하고, 신규 사업은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수백억원이 드는 대규모 사업은 사실상 착수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울주군 관계자는 “내년도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긴축재정 편성이 단발에 그칠 수 있지만, 기조가 계속되면 신규 사업은 어렵다”며 “현재로선 정부에서 내려주는 교부세만이 유일한 희망이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