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PEC 낙수효과 ‘제로’ 울산, 해오름동맹의 불씨 살려야

2025-09-16     경상일보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울산시가 전략적인 행보에 나섰다. 정상회의 참가국인 브루나이, 칠레, 싱가포르 등 6개국 주한 대사관을 방문해 참석 인사들의 울산 방문을 요청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해오름동맹의 일원인 경주 APEC 회의를 계기로 산업과 문화·관광 전반의 국제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APEC 정상회의에는 21개 회원국 정상과 경제인 등 2만여명이 참석하고, 하루 최대 7700객실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국제 행사다. 경주 개최 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약 2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행사 참석자들이 숙박, 식음료, 교통, 관광 등에 지출하는 비용은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수입으로 이어지고,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투자 유치 및 무역 협력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접 도시인 울산은 APEC 행사의 ‘낙수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총 25개의 회의와 16개의 부대 행사 중 울산에서 열리는 행사는 단 한 건도 없다. 이는 개최지인 경주와 포항의 특수는 차치하더라도, 부산이 3개의 부대 행사를 유치하고 초청 국가의 수행원들이 숙박 예약을 하며 특수를 누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12월부터 ‘APEC 정상회의 관련 울산시 지원단(TF)’을 꾸려 소규모 회의 유치, 울산공항 활성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노력과 달리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APEC을 유치한 경주시의 분산 개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APEC 정상회의는 울산에게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인 산업 시설과 태화강국가정원 같은 우수한 자원을 활용하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투자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울산 방문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트럼프가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한다면, 그동안의 부진을 단번에 만회할 수 있다.

APEC 정상회의의 낙수효과는 어부지리로 얻어지지 않는다. 울산이 직접 물을 끌어올려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성과다. 지금부터라도 정상회의 이후에도 해외 주요 인사들의 방문과 비즈니스 투자의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시는 APEC이 아쉬움만 남는 국제 행사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