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에 취한 50년, 마지막 날까지 발길 이어져
2025-09-17 권지혜 기자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4전시장에서 열린 제19회 규빈 김숙례 한글 서예전 ‘50년, 삶을 쓰다’가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의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전시 마지막 날인 15일 찾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4전시실. 작품 철수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임에도 전시장을 찾는 발걸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찾은 반가운 얼굴들에 전시장은 내내 웃음꽃이 가득했다.
이번 전시는 울산의 원로 서예가인 김숙례(75) 서예가의 서예 인생 50년을 망라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김 서예가의 대표작품 22점과 신작 20점 등 총 42점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서예 전시에서 잘 볼 수 없는 벼루, 붓걸이, 서진, 연적 등을 볼 수 있고, 전시된 작품의 3분의 2 이상이 창작서체인 규빈체인 것이 특징이었다. 운필이 자유로운 규빈체는 유려하면서도 힘이 느껴진다.
김 서예가는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애정이 가는 것으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작품들을 꼽았다.
김 서예가는 “학교를 다녀오면 어머니가 매번 먹을 갈아두셨다. 어머니가 바느질을 잘하셔서 원피스 등 간단한 옷을 만들어주셨다”며 “어머니가 칠순이 안 돼 돌아가신 뒤 3년간 절필했다. 그러다 서예를 안 하면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 작품을 보면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설명했다.
김 서예가가 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 8시간 동안 앉아서 완성한 1208자 작품은 김 서예가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김 서예가의 제자인 정현재씨는 “선생님은 문화의 불모지인 울산에서 한 획을 그은 존재이자 선구자”라며 “50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선생님의 작품들은 서예의 길을 따라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김숙례 서예가는 “서예는 내 삶이다. 정신을 맑게 해주고 집중력도 높여준다. 나에게는 서예가 예, 법, 도”라며 “전시를 보러와준 시민, 제자, 문화예술인들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설치를 도와준 주한경 서양화가와 당번을 정해 도와준 제자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사진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