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모두의 바람이 우리 모두의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지난 1일, 제주 한동·평대 해상풍력이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국동서발전이 제주에너지공사 등과 함께 추진하는 전국 최초의 주민참여 공공주도 해상풍력으로, 제주시 구좌읍 해역에 도내 최대 규모인 110㎿급 발전단지를 조성한다. 지역 주민과 공공이 함께 주도권을 나누어 가진 첫 번째 해상풍력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부터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입찰 시장을 신설했다. 그 결과, 국산 해상풍력 터빈을 사용하는 공공주도형 분야 입찰 참여자는 모두 선정됐다. 국내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산업생태계 강화, 에너지 안보를 기반으로 입찰 가격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평가 기준이 반영된 결과다.
올해 최초로 시행된 ‘공공주도형 고정가격 경쟁입찰’은 에너지 공공성을 바탕으로 국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제도적 의지를 담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의 과반 지분 참여를 의무화하고, 신규로 안보 지표를 도입해 평가에 반영했다. 외국 자본이 사업을 주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운영데이터 공유, 수익성 배분의 한계를 보완하고, 정부 지원으로 개발된 국산 터빈 사용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외국산 터빈과의 경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3월 국회가 ‘해상풍력특별법’을 제정하며 공공성 강화와 공급망 확보를 핵심으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각국은 국가 주도의 공공정책을 통해 해상풍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30GW 이상 설치 목표를 세웠고, 네덜란드는 목표치를 21GW로 상향했다(1GW : 원자력발전소 1기 정도의 발전용량). 영국도 산업 공급망과 기술 육성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추진한다. 2024년 기준 글로벌 누적 설치 용량은 83GW를 돌파했으며,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와 국유기업 주도로 42GW를 보급하며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는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제도 도입 후 총 4.1GW의 프로젝트를 선정했지만, 현재 상업 운전 중인 규모는 0.35GW에 불과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14.3GW의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매년 수 GW 단위의 신규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 아직 제도·공급망·인프라·금융 등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번 입찰을 통해 산업 생태계 육성의 계기가 마련되어 해상풍력 보급을 본격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지난 10일 ‘범정부 해상풍력 보급 가속 TF’를 출범하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 송전망·항만 등 인프라 확충, 금융 조달 지원 등 주요 애로사항 해소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동서발전도 국내 풍력산업 육성을 위해 실질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양양 육상풍력단지는 국산 풍력터빈을 사용한 육상풍력단지로는 최대규모(45㎿)의 사례이며, 현재 전국 9개소에서 국산 풍력터빈 102기(총 272㎿)를 운영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에너지공단, 국내 풍력터빈 제조사 유니슨, 한국동서발전 출자 풍력 SPC 등과 함께 운영·유지보수 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를 꾸준히 개최하며, 국내 풍력 산업 생태계의 자립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울산은 해상풍력 성장 흐름 속에서 유망한 거점으로 꼽힌다. 평균 풍속 8.5㎧, 약 150m의 적정 수심, 세계 1위 조선해양산업 기반은 부유식 풍력단지 조성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 해상풍력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자산이자, 어업권과 환경을 포함한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결된 사업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풍력산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서도 공공기관이 지자체와 주민, 기업을 연결하며 신뢰를 구축하고 산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바람과 햇빛 같은 재생에너지 자원은 사회 전체가 함께 사용해야 할 공적 자산이다. 이를 활용한 산업 생태계는 에너지 공공성을 기반으로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야 한다.
제주에서 주민이 참여한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모델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공공성과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제주에서의 모델이 울산에서도 성공적으로 이어져, 한국형 에너지 전환의 모범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