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울산암각화, 울산국가정원 그리고 첨단기술
올해 울산(반구대, 천전리)암각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울산의 오랜 숙원이 이뤄진 것이다. 필자는 암각화를 볼 때마다 늘 궁금했다. 최초로 이를 기획한 사람은 왜 새기려 했을까? 어떤 기술을 사용했으며, 어떤 의도로, 후대에 무엇을 전하려 했을까?
고증에 따르면 암각화는 수천 년 전 당시 사람들의 삶, 특히 고래잡이의 장면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주술적 의미도 있겠지만, 보다 분명한 목적은 후손들에게 고래의 생태와 울산 앞바다의 모습을 알리는 생생한 그림책, 지금으로 치면 영상 기록이며 다큐멘터리, 유튜브였던 것이다. 어떤 모양의 배를 만들고, 몇 명이 어떻게 고래잡이 팀을 구성하는지, 그리고 고래를 해체해 마을별로 분배하는 과정까지 담겨 있다. 상상력을 더하면 고래잡이는 당시에 최대의 마을 축제나 전시장, 박람회 기록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기록을 남기기 위해 신석기인들은 섬세한 첨단기술을 동원했을 것이다. 정교한 선을 새기기 위해 날카롭게 가공된 동물 뼈나 석기 도구가 쓰였을 것이다. 설계자와 숙련된 장인들이 함께 작업한,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성과였다. 암각화의 DNA는 울산의 현재로 이어진다. 고래잡이 배 건조 기술은 세계 최고의 현대중공업 조선 건조 기술로, 고래와 다양한 동물의 생태 탐조는 울산(태화강) 국가정원으로 이어지고, 더 단단한 도구의 개발은 달천 광산으로 이어져 현재의 쇠부리 축제, 세계적 비철금속 산업도시의 기반으로 이어진다.
암각화는 단지 옛 그림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전승하기 위한 자산이었다. 기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들의 삶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수천 년 뒤 세계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럼 우리는 울산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 암각화가 수천 년을 견디며 세계문화유산이 됐듯, 우리는 현재의 기록과 성과를 잘 기록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점에서 2028년 울산 국제정원박람회가 그 발판이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울산이 세계적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할 기회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울산국가정원의 물리적 확장이 필요하다. 현재 십리대숲 근처에 머물고 있는 국가정원을 태화강 상류 선바위 인근과 아울러 암각화 일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확장이 필요하다. 하류로는 태화강 하구의 현대자동차 및 현대중공업 조선소까지 연계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이동수단으로 관람할 수 있는 관광루트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국가정원의 새로운 진화가 요구된다. 새로운 진화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생태·문화·기술이 융합된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 자연의 정원박람회가 주가 돼야 하겠지만 차별화된 정원을 만들기 위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AI기술의 적용, 첨단 3D프린팅을 통한 예술적 조경물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울산을 ‘기술과 자연이 만나는 정원 도시’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3D프린팅으로 각국의 정원과 국화(國花)를 구현한 전시관이나, 관람객과 어린이들이 직접 쉽게 설계해서 자신만의 굿즈를 제작할 수 있는 3D 제작 체험관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울산을 적극 알리고 체류할 수 있는 체험형 정원박람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 세계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지속 가능한 관광 도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울산은 산업화 시대 대한민국을 이끈 도시였지만, 이제는 친환경·첨단기술 관광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 국가정원을 바탕으로 고래관광선의 적극적 운영 등은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를 구현하는 데 울산암각화에 첨단기술 적용처럼 현재의 최신 기술 3D프린팅·AI·수소에너지 같은 미래 산업등을 연계한다면 울산은 세계적 산업기술과 관광을 융합하는 도시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수천 년 전 선조들이 암각화를 통해 삶과 지혜를 기록했듯, 지금 우리는 첨단기술을 통해 새로운 울산의 유산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울산이 세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빛나는 길일 것이다. 울산 암각화가 수천년전 과거의 기록이었다면, 우리는 현재의 기술로 미래의 새로운 유산을 창조해야 한다. (*필자는 울산암각화, 울산국가정원을 공식 용어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김진천 울산대 신소재·반도체융합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