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초록우산 공동캠페인 - 초록빛 능력자들]“정기후원과 함께 개인적 만남, 올바른 성장 도와”
2025-09-18 권지혜 기자
“‘자타불이’(자타불이(自他不二.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집착 없이 남에게 베푸는 행위)를 신념으로 꾸준히 후원하겠습니다.”
심규영(55·사진) 세무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나눔 철학을 밝혔다.
울산 중구 서동에서 심규영세무회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심 세무사는 이혼 후 아들과 딸을 홀로 키우는 막막한 상황에서 초록우산의 기부 안내 우편물을 받았다.
심 세무사는 “후원을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나보다, 또 우리 아이들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정기후원을 시작했다”며 “빚을 다 갚고 기부는 절대 못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심 세무사가 정기후원을 처음으로 시작한 기관인 초록우산과 인연을 맺은지도 어느덧 15년째가 됐다. 심 세무사는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1억원 이상의 후원을 한 초록우산 개인고액후원자 네트워크 모임 ‘초록우산 그린노블클럽’ 울산 3호 회원이기도 하다. 현재 월 110만원의 정기후원을 통해 국내 및 해외 아동 18명을 지원하고 있다. 본보와 초록우산이 함께하는 아동 주거지원사업 ‘집다운 집으로’ 44호 나눔천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심 세무사는 초록우산, 대한적십자사, 울산양육원 등 9곳의 정기후원 외에도 기쁘거나 슬프거나 힘들 때 비정기적으로 기부하는 등 후원을 생활화 하고 있다. 울주군 산불이 발생했을 때 지역 아동을 위해 후원금 100만원을 전달했으며 수해 지역에도 기부했다.
이처럼 지역 사회 아동을 위한 활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다양한 경로로 활동하고 있는 심 후원자는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후원했다. 정기후원하는 아이들과 함께 방학 때 놀러가거나 밥을 먹으러 가는 등 개인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정서적으로도 지원하고 있다.
심 세무사는 “정기후원하는 아이들과 제 아이들의 나이가 비슷해 같이 놀러가면 좋아한다. 이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지만 큰 탈 없이 제 아이들이 잘 자라줬다”며 “후원한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해 사회 일원으로 잘 적응해야 우리 모두가 잘 살 것 같아 아동복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 세무사는 첫번째, 두번째 정기후원했던 아이의 이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처음 정기후원했던 아이는 올 봄에도 잠깐 만났으며 최근에도 연락을 주고 받았다. 수술비를 일시 지원했던 아이가 세상을 떠나고 울부짖었던 아이 어머니의 모습은 여전히 심 세무사의 가슴 깊이 남아 있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아이에 대한 미안함도 심 세무사의 뇌리에 잔재한다.
심 세무사는 “정기후원한 아이들이 대회에서 수상하고, 대학교에 진학하고,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몸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라고 다짐한다”며 “업무상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부모님, 자녀들과 함께 후원하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잘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마법의 주문을 건다”고 웃으며 말했다.
심 세무사는 주변에 초록우산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러나 후원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동참시키는 것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심 세무사는 “기존에 다른 기관에 후원하고 있던 사람들을 추가하는 것은 쉬운데 한번도 기부하지 않은 사람을 동참시키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경제 사정이 나빠져 후원하던 분들이 후원을 받게 된 경우도 종종 있다”고 씁쓸해했다.
끝으로 심규영 세무사는 “다수의 후원자들이 여유로워서 후원하는 게 아니다. 나눔 자체는 자기 자신을 위하기도 한다”며 “후원은 나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한다. 되는 만큼 꾸준히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