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3)유익한 지름길-청구뜰공원
지형을 살린 지혜 높은 점수 주고 싶다
버리는 땅이거나 포기가 될 뻔한 땅
특징을 살려내고는 사람들을 부른다
언덕 위 비스듬히 높낮이 심한 곳에
삼단을 구분 지어 공간을 활용하고
공원길 지름길 되어 사람 발길 머문다
성안청구타운아파트에서 가꾸는 곳이다. 안내도가 있는 곳으로 진입을 했다. 도로 맞은편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차도 옆에 인도, 인도 옆에 인접한, 이 공원은 언덕에 형성되었고 대체로 이끼들이 많다. 물이 많이 스며드는 곳인지 배수로가 잘 확보돼 있다.
이 공원은 삼단으로 돼 있다. 제일 윗단은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다. 바닥에 깔린 모래를 얼마나 많이 밟았는지 작은 발자국들이 군데군데 포개져 있다. 인도와 경계를 나타내는 울타리는 철재로 돼 있는데 녹이 많이 슬었다. 안내도는 새 단장을 했는데 다른 것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윗단에서 아랫단으로 내려갈 때는 돌계단이다. 누구나 발을 디딜 때 조심을 해야 한다.
가운데 단에는 은행나무 벚나무들이 주인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외에는 이끼와 떨어진 낙엽들이다. 면적이 넓지 않아 몇 걸음 걸으면 바로 끝이 난다. 다시 제일 아랫단으로 내려가면 썰렁하다. 가운데는 타일 바닥으로 넓게 이루어져 있고 가장자리 쪽으로는 몇 그루의 나무가 있다. 넓은 터에 벤치가 두어 개 놓여 있고 시선을 끄는 곳은 거의 없다.
이끼가 많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가운데 단을 거쳐 윗단으로 오른다. 섬잣나무들이 왕성하게 잎을 펼치고 있다. 단풍나무도 잎을 푸짐하게 달고 치마를 펼친 듯 서 있다. 자꾸 이끼들이 보인다. 살짝 당겨본다. 흙들을 꼭 붙잡고 있다. 다시 있던 자리로 내려놓는다. 지형이 편편하지 않은 이런 곳까지도 공원으로 살려낸 것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포기할 수 있는 땅에, 버려질 수 있는 땅에, 주민의 삶을 우선으로 여기고 공원을 조성했으니 놀랍고도 고마운 일이다.
공원은 주민들에게 다른 곳으로 둘러 가는 시간을 줄이고 아래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지름길을 제공해 주고 있다. 사람들이 공원안내도가 있는 곳으로 많이 들어와서 처음에는 공원을 찾아오는 방문객인 줄 알았는데, 집으로 가기 위한 통행객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에둘러가지 않고 직선 길이라는 이점이 있어 공원을 오가는 사람 수가 많았다. 돌계단을 능숙하게 밟고 가는 것을 보니 아주 익숙해진 길로 보였다.
거의 다 둘러본 것 같아 다시 한번 공원 풍경에 눈 맞춤하고 인도로 발을 디디는데 전봇대 쪽으로 기운 소나무가 보였다. 소나무재선충에 걸린 것도 아닐 텐데 군데군데의 솔잎이 붉게 변해 있었다. 언제부터 이런 상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약간 기운 채 공원 밖의 전봇대와 전깃줄에 닿아 있어 마음이 쓰였다. 줄기를 공원 쪽으로 선회할 수 있도록 빨리 조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미래가 불안한 소나무를 두고 나오는 게 편치 않아 발걸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지름길이 되어 사랑받는 청구뜰공원이 유익하고 자랑스럽게 생각된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