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초콜릿 비켜, 유통가 ‘말차 코어’ 뜬다

2025-09-18     오상민 기자
짙은 녹색의 말차가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카페와 편의점, 제과·주류업계까지 상품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며 ‘말차 코어’(Matcha Core)라는 이름의 라이프스타일 코드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17일 찾은 울산 남구 삼산동 한 카페. 매장 전면에는 말차 음료가 대표 메뉴처럼 걸려 있었고, 라떼·프라페·아이스크림을 주문하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카페 관계자는 “커피 대신 말차 음료를 찾는 손님이 늘어 신메뉴를 고민하는 동네 카페가 많다”고 말했다.

말차 인기는 단순한 맛보다 녹차 잎을 갈아 분말 형태로 즐기는 말차는 색감과 풍미가 강렬해 사진이 잘 받아 SNS를 즐기는 MZ세대의 마음을 흔든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항산화 물질인 카테킨과 L-테아닌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와 맞물렸다. 커피보다 가볍게 즐기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춰 MZ세대의 감성 소비 성향과도 잘 맞는다는 평가다.

편의점 업계도 이에 맞춰 말차 상품을 내놓고 있다. GS25는 지난 8월 한 달간 말차맛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약 50배 뛰었고, 판매 상품 수도 30여종으로 늘렸다. CU는 3개월 새 10여종의 신상품을 선보이며 매출이 129.8% 급증했다. 세븐일레븐도 제주산 말차를 활용한 크림롤·도넛을 출시했다.

유통업계는 글로벌 말차 시장이 2030년 74억달러(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커피·초콜릿 중심의 수요에서 벗어나 건강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며 카페 음료에서 주류·간편식품까지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공급 불안은 뚜렷한 리스크다. 일본 교토 등 주요 산지의 생산량이 줄며 원료 가격이 1년 새 2~3배 급등했고 일부 제품은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차나무 묘목이 최소 5년의 재배 기간을 거쳐야 하고, 가공 공정도 복잡해 단기간 증산이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영양학계에서는 말차가 일반 녹차보다 카페인 함량이 높은 만큼 하루 2잔 이내 섭취를 권고하고 있다. 또 식사 직후 음용 시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말차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주류·디저트·패션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로 진화하고 있다”며 “브랜드 해석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상품 기획과 원료 확보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오상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