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2)]자녀 선생님에 대해 학부모의 말하기

2025-09-19     경상일보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와 부모에게 자기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하면 부모는 어떻게 반응하며 말하는 것이 좋을까. 더구나 자녀가 벌을 받거나 꾸지람을 받고 와서 부모에게 일러 주었을 때 학부모는 자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선생으로 사십 년 넘게 보낸 한 사람으로 지금의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문화와 민족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유치원이나 초·중등학교 시기는 지식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시기는 교사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제 학부모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교사는 교사대로 올바른 언행과 교육관을 가지고 제자를 골고루 사랑해야 하지만 학생 또한 선생님을 믿고 존경하며 따를 때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학생이 자기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부모의 구실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학부모는 자기 자녀가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학부모가 선생님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적어도 자녀 앞에서는 선생님을 비난하거나 나쁘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그것이 곧 자녀가 자기 선생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긴 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자녀의 선생을 업신여기거나 나쁘게 말하면 자녀는 선생님을 결코 존경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자녀가 잘못했다고 선생의 편을 들거나 자녀를 꾸짖어서도 안 된다. 그러면 자녀는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를 위로하고 자녀의 말에 공감하면서 한편으로 선생님이 ‘너를 위해서 그렇고, 너에게 관심이 많기 때문이고,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끊임없이 타일러주어야 한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는 선생님을 만나면 자녀 앞에서 극진히 예의를 갖추며 선생님에게 존경을 표했다. 애써 농사를 지어 수확한 밤과 고구마와 홍시를 내어 놓으시면서 선생님에게 사랑하는 자녀를 잘 보살펴 달라고 간절히 부탁을 했다. 혹시, 자녀가 잘못이라도 하면 엄하게 꾸짖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그래서 우리는 선생님을 존경하고 경외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근래 어떤 기관에서 교사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라는 비율이 19.7%였다고 하면서 그 대부분이 학부모 때문이라고 한다. 학부모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걸림돌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는 조력자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곧 부모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녀를 위하는 길이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