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4장 / 의병장 윤홍명과 이눌(50)
그러면서도 김 초시는 무엇이 좋은지 입이 귀에 걸린 듯이 싱글거렸다. 그는 도저히 기름진 문전옥답을 파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천동 일행이 다 쓰러져가는 김 초시 집에 도착했다.
“물건은 잘 챙겨왔느냐?”
“여부가 있겠습니까?”
천동은 마루에 물건들을 풀어 놓았다. 김 초시가 자세히 살펴보니 호피를 비롯한 모든 물건들의 제품상태가 최상급이었다. 김 초시는 방으로 가서 땅문서를 가지고 나와서 천동이가 보는 앞에서 송내마을의 양가 천동에게 논을 넘긴다고 쓰고 수결을 놓았다.
“확인해 보거라.”
“네.”
천동은 글자를 한 자 한 자 확인했다.
“맞는 거 같습니다. 다만, 여기 이거 네 글자만 고쳐 주시면 됩니다. 매도(賣渡)와 매수(買收)가 바뀐 것 같습니다.”
천동의 지적을 받은 김 초시는 낯빛이 변했다. 그러면서 말까지 더듬거렸다.
“그게 왜 그렇게 되었지? 네가 글을 읽을 줄 아느냐?”
“네, 잘은 모르지만 어께너머로 조금 배웠습니다. 아비가 어디 가서라도 글을 알면 덜 손해 볼 것이라며 배우게 했습니다. 초시 어른, 얼른 고쳐주십시오.”
“알았다.”
김 초시는 어쩔 수 없이 글자를 고치고 고친 부분에 다시 표시를 한 후 천동에게 논문서를 넘겨주었다.
“초시 어른, 감사합니다. 초시 어른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잘 부치겠습니다.”
천동은 문서를 확실하게 챙긴 후에 초시에게 큰절을 하고 마루를 내려가면서 왕방귀를 뀌었다. 천동의 방귀 소리는 우레와 같았고 구린내는 코가 썩을 지경이었다.
“이놈이 지금 뉘 앞에서 감히 방귀질이냐?”
“초시 어른 죄송합니다. 요즘은 난중이라서 먹는 것이 부실합니다. 그래서 소인도 어쩔 수 없는 사이에 나온 것이니 하해와 같은 아량으로 용서를 바랍니다.”
천동의 조리 있는 말에 김 초시도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모욕을 당한 거 같아서 심기가 몹시 불편해졌다. 기름진 열 두락의 논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써 놓았다가 천동에게 들켜서 실패를 한 터라서 더욱 그랬다. 조금 전까지 싱글거리던 모습이 똥 씹은 얼굴로 변해 있었다. 잠시 후에 김 초시 집의 시야를 벗어난 천동과 동무들은 배가 아플 정도로 크게 웃어 재꼈다.
“천동아, 김 초시의 똥 먹은 표정 봤지? 속이 다 후련하다.”
“그런데 뭐라고 쓴 걸 니가 다시 써달라고 한 거니?”
“별거 아니야. 그냥 쉬운 글자인데 잘못 쓴 거 같아서 다시 써달라고 한 거뿐이야. 그 얘기는 그만하자. 원하는 논을 샀으면 됐잖아. 안 그래?”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 잊어버리자. 오늘은 좋은 날이잖아.”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