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한마음미술대전 심사 논란에 대한 단상
“이번 기회에 미술계의 자성 노력과 함께 미술대전 심사방식의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달 초 진행된 울산 남구문화원 주최 ‘제24회 전국공모 울산남구 한마음미술대전’ 시상식에서 일부 부문의 대상 수상자 선정을 놓고 논란(본보 9월11일자 10면)이 일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지역의 미술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자성과 함께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한마음미술대전은 7개 부문(문인화, 민화, 사진, 조각, 한글서예, 한문서예, 회화)의 대상작 중 3개 부문 대상자가 해당 부문의 심사위원장(분과위원장) 제자들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실제 본보가 문제의 대상 수상작품과 해당 심사위원의 발표된 작품들을 비교한 결과 화풍과 글씨체 등이 유사한 점이 많았고, 일부는 같은 사람의 작품이 아닐까 할 정도로 비슷했다.
지역 한 미술계 인사는 “그동안 미술대전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자신들의 제자에게 상을 나눠주는 게 암묵적 관행이었다. 예를 들어 A심사위원의 제자가 대상을 받으면 B심사위원 제자에게는 특선을 주는 식이다”라고 폭로한 뒤 “각 부문별 심사위원 수가 많지 않고 제척·기피 규정이 없을 경우 이러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대회 운영위원이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해당 심사위원이 운영위원의 제자 또는 지인에게 상을 주는 관행도 암암리에 있어왔다는 게 미술계 전언이다.
서울이나 부산 등 타 대도시에 비해 울산은 상대적으로 미술계 각 장르별 대가라 불릴 만한 인력의 풀이 좁은 상황에서, 이들의 제자들은 많아 미술대전이나 서예대전 같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이러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모 장르의 경우 입문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출품자가 대상을 수상한데다, 해당 수상자가 지역의 유력 기관장 가족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되기도 했다.
물론 출품자 이름 등을 가린 블라인드 심사에 3명의 심사위원이 심사하기에 심사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해당 심사위원이 제자의 작품임을 인지했을 때 심사에 대해 제척·기피를 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는 한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미술계 중론이다.
대회를 주최한 울산 남구문화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남구문화원은 본보 보도 이후 전체 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개인 프로필을 다시 제출하도록 한 뒤 수상자들의 이력과 대조를 실시하고, 심사방식에 대한 개선에도 나서는 등 뒤늦게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술계에서는 근본적으로는 심사위원의 제척·기피 규정 도입과 심사위원 숫자 확대,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인력풀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심사규정에 대한 공정성 강화와 함께 제자 등에 대한 ‘상 몰아주기’를 근절하고자 하는 미술계의 뼈를 깎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stevecha@ksilbo.co.kr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