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심재휘 ‘새벽 교실’
아직은 빛이 들지 않는 집이고요
잠에서 나오면 일어선 발목에
바닥에 고여 있던 어둠이 묻습니다
거실로 나가는 복도는 느리고 깁니다
책상의 책은 엎드려 있고 라디오는 켜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다정한 소리들은 모두 창밖에 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어도 지금은
밤의 새들은 울지 않고 낮의 새들도 울기 전입니다
다만 높은 가지 끝에서 멧비둘기 한 마리가
들숨에 두 번 울고 날숨에는 삼킨 울음을 길게 뱉습니다
그제야 동이 트고 나의 얼굴은 오늘의 윤곽을 갖습니다
얼굴을 더듬어보면 오늘은 어제보다
눈과 귀는 조금 더 크게 입은 조금 더 작게 그려준 듯합니다
내게 지금은 고요하게 묻습니다
새벽 고요 속 마주하는 사색의 순간
새벽 교실. 새벽이란 시간과 교실이란 공간이 댓살처럼 엮어지는 시이다. 새벽은 밤에서 낮으로, 어둠에서 밝음으로 이행하는 시간.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지만, 이 시는 동트기 직전이 가장 고요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고요는 아직 펼쳐지지 않은 책과 켜지 않은 라디오에서,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창밖에 머무는 소리에서, 울지 않는 밤의 새와 울기 전 낮의 새란 표현에서 느껴진다. 외부의 자극과 소음에서 아직은 단절된 지극히 평온하고 적막한 시간. 고요함은 교실이란 공간에서도 느껴진다. 아침에 교실 문을 맨 처음 열어본 사람은 안다. 아마 낮의 재잘거림과 대비돼서겠지만, 아침의 교실이 얼마나 조용한지. 책상과 의자는 얼마나 얌전히 놓여있는지. 어둠이 고여 있는 새벽의 교실은 더하겠다.
이 고요함 덕분에 화자는 내면을 성찰하고 정돈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 멧비둘기의 울음과 같은 내밀한 감정과도 조우한다. 멧비둘기가 삼킨 울음을 뱉고 나니, 그러니까 어떤 묵은 감정을 해소하고 나니 동이 트기 시작하고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과 귀는 조금 더 크게, 입은 조금 더 작게 그렸다는 것은 주의 깊게 듣고 적게 말하라는, 고요히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뜻일 것이다.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