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세일즈 미팅’ 경기 침체에 발목

2025-09-22     김은정 기자
울산 동구가 전국 최초로 시도한 ‘동구-건설관계자 세일즈 미팅’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동구는 당장 착공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환경 정비와 주차장 개방 등 주민 불편을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미착공 부지 관리를 이어갈 계획이다.

21일 찾은 동구 서부동의 한 미착공 부지는 신축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해 있다. 총 89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이곳은 지난 2022년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해 공매가 진행 중이다.

가설 펜스가 설치되지 않아 외부에서 내부가 그대로 보이는 데다, 현장 곳곳에는 종이상자와 소주병이 산처럼 쌓여 있고 부서진 가전제품과 건설 폐기물도 방치돼 있다. 바람이라도 강하게 불면 불이 쉽게 옮겨 붙을 위험이 있어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곳곳에 위치한 미착공 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구는 지난 3월 도심 내 미착공 사업주와 시행사를 한자리에 모아 세일즈 미팅을 열었다. 행정이 직접 나서 사업 추진 동력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였지만, 건설 경기 침체와 미분양 증가 등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민간뿐 아니라 공공 발주도 줄어든 상태”라며 “허가 받아도 분양 가능성이 낮아 자금 확보가 어렵고, 착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구는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 자체 평가를 거친 뒤 2차 세일즈 미팅은 보류했으며, 실효성을 두고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대신 주민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정비 대책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동구는 올해 민원이 집중된 관내 미착공 부지 3곳에 대한 환경 정비를 완료했고, 일부 부지는 사업자 협의를 통해 주차장으로 개방했다. 내년에는 당초 예산 3000만원을 반영해 가설 펜스 설치와 환경 정비를 이어갈 계획을 검토 중이다.

동구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 신탁사·위탁사 모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로 문제를 공유하고 재추진을 유도하고자 세일즈 미팅을 주선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면서도 “당장 착공이 어렵더라도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환경 정비와 안전 점검 등 조치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