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쓰레기 없는 깨끗한 울산을 만들자

2025-09-23     경상일보

이른 아침마다 톡을 주고받는 지인이 철마다 꽃이나 풍경 등을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내준다. 가끔은 특별하지만 대체로 누구나 주고받는 일상의 모습이다. 그런데 어느 날은 조금은 낯설고 특이한 모습을 보냈다. 사진과 영상 속에는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쪼그려 앉아 비닐봉지에 무엇인가 열심히 주워 담는 모습이었다. 그 여성이 봉투에 담은 것은 다름 아닌 쓰레기였다. 자기가 사는 아파트 옆 초등학교 주변을 청소하고 있었다. 더운 여름은 물론 추운 겨울에도 아침 일찍 나와 학교 주변을 빙 둘러 가면서 쓰레기를 주워 왔다. 내가 지인으로부터 청소하는 모습의 사진과 영상을 받아본 게 2~3년은 되었으니 아마 그 전부터 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한번은 지인이 어떻게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고, 어린 학생들이 오가는 공간의 주변이 이왕이면 깨끗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덕분인지 학생들의 아침 등굣길에 학교 주변은 청결한 상태를 유지한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주말과 휴일에도 가끔 청소하는 모습을 목격한다고 귀띔해 줬다. 지인은 이런 사람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본보기니 표창이라도 주고 선행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주변에 청소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도심은 여전히 지저분하다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줍는 사람보다 버리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밤낮없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시 중심은 늘 쓰레기가 넘친다. 행정력을 총동원해 쓰레기 처리에 나서지만 그때뿐이다. 대로변이나 큰 골목길은 그나마 눈에 잘 띄기도 하고 환경미화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에 의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하지만, 이면도로 주변이나 좁은 골목길은 온갖 쓰레기가 나뒹굴고 넘친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수거되지 않은 음식물쓰레기는 고양이와 비둘기 등이 헤집어 놓으면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악취의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민원이 빗발치는 주요 원인이다.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할 때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시민의식이 아쉬운 대목이다. 행정력으로 강제하고 행정이 앞장서 계몽하는데 한계가 있다.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가 쓰레기로부터 도시를 깨끗하게 만들고 시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일본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칭찬하는 것이 청결이다. 도심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정도 지저분할 것이라 예상되는 전통시장도 놀라울 정도로 깨끗해 절로 감탄을 부른다. 주택가 골목길도 쓰레기를 찾기 쉽지 않을 정도다. 지진 화산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상쇄하고도 남을 일본의 숨은 저력은 청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새마을운동이 한창 활성화할 때 ‘우리 마을은 우리 손’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일주일에 한 번씩 남녀노소 불문하고 마을 주민 전부가 청소에 나서기도 했다. 필자도 어린 시절 빗자루를 들고 마을 곳곳을 청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 집 주변에 대한 청결 유지는 전적으로 행정기관의 몫이라는 생각이 고착화되고 있어 씁쓸하다. 청소를 통한 청결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의무이자 역할이어야 한다. 법이나 제도로 강제할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 각성과 동참이 필요하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울산이 쓰레기 없는 깨끗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좋지 않겠는가.

국제정원박람회를 비롯하여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발걸음이 잦아질 축제와 행사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내 집 앞은 내가 쓴다’라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범시민적인 청소 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위기를 딛고 울산의 더 풍성한 미래를 위해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요즘 김두겸 시장은 쓰레기 없는 깨끗한 울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도 골몰한다. 월간업무보고회 등의 공식 석상에서도 울산의 전 행정력을 투입하고, 민간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 ‘클린 울산’을 만들자고 강력히 주문하고 나섰다. 산업도 울산의 힘이지만, 청결도 울산의 힘이 될 수 있다는 인식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가 지금이다.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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