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인근 발전소서 전력 직접공급 필요성”

2025-09-23     석현주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한국 연간 전력소비량의 두배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송전망 확충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향후 건설 예정 데이터센터의 일부는 운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AX(인공지능 전환) 시대 급증하는 전력수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3년 415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945TWh로 연평균 15%씩 증가할 것으로 내요봤다. 이는 2023년 한국 전체 연간 전력소비량 546TWh의 거의 두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빈센트 자카몬 IEA 에너지분석관은 “현재 건설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기존 시설의 20배를 초과한다”며 “예상보다 빠른 수요 급증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함완균 솔루션스트레트지파트너스 대표는 “발전설비 및 송전선 건설에는 5~7년이 소요되지만 데이터센터 입주는 2~3년 단위로 이뤄진다”며 “수요와 공급 계획의 불일치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모든 수급 계획을 책임지는 구조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민간기업이 송전선 계획과 투자에 직접 참여하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는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경우 인근 발전소 전력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집중 제기됐다. 이는 곧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필요성과 직결된다.

울산은 지난 5월 정부의 분산특구 최종 후보지에 선정됐지만, 최종 확정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 연구용역에 포함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도 내년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은 “주요국은 정부가 AI 활성화 정책을 제시할 때 기존 발전소의 활용도 제고 등 전력수요 급증 대응방안을 같이 발표한다”며 “우리 정부도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만큼 해외 사례를 참고해 지방에 데이터센터 구축시 인근에 위치한 대형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울산의 전력자급률은 102.2%다. 울산의 연간 전력 생산량은 33.6TWh인데 소비량은 32.9TWh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이룬다. 이 중 제조업 소비량이 전체의 82%인 27TWh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가 상업 운영에 들어간다. 이 발전소에서는 28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생산된다. 전력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새울원전 3·4호기(2.8GW)가 각각 올해와 내년에 준공된다. 또 원자력발전소 6기와 맞먹는 발전량(6.2GW)의 부유식해상풍력발전 단지도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추진된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