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의 더불어나무(43)]울산도서관 제2주차장 ‘이태리포플러’
울산도서관 제2주차장 경계 대나무 울타리 옆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태리포플러 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가슴높이 둘레 5.4m, 가지 벌림은 24.9m에 이르고, 높이는 12m를 훌쩍 넘는다. 나무줄기가 대나무울타리에 가려 있다보니 주차장을 오가는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나무로 생각하고 무심히 주차장을 드나들고 있었다.
이태리포플러는 1960~1980년대 우리나라 근대화 시기 전국 곳곳에 심겨졌다. 생장이 빠르고 가지가 위로 곧게 솟아오르는 수형이 도시의 발전과 잘 어울린다고 여겨졌다. 학교 운동장, 도로변, 공원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한여름엔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다. 울산도서관의 이 나무는 바로 그 시절의 흔적을 지금까지 간직한 자연역사를 보여준다.
생태적으로 이태리포플러는 양버들과 미루나무의 교잡을 통해 탄생한 품종이다. 버드나무과 사시나무속 나무들과 비교하면 특징이 뚜렷하다. 양버들은 빗자루를 세워 놓은 듯한 모양으로 가지가 하늘로 향하는 모양이다. 이태리포플러는 넒고 우람하며 옆으로 가지가 넓게 퍼지는 형태다. 미루나무는 두 나무의 중간형태로 아래쪽 가지는 위로 향하고 위쪽은 넒게 퍼지는 형상이다. 세 나무는 같은 속에 속하지만, 생김새가 저마다 달라 흥미롭다.
실용적 측면으로는 이태리포플러는 단단한 재목은 아니지만, 가볍고 고르게 자라 합판, 포장상자, 성냥개비, 제지 원료 등 생활 속에서 널리 쓰였다. 화려하진 않으나 인간의 곁에서 실용적 가치를 지닌 나무다.
현재 이 나무는 과거 화재로 검게 그을린 흔적과 공사로 인한 수피가 벗겨지고 굵은 가지 하나가 잘려 나간 상처를 안고 있다. 이 지울 수 없는 흔적은 근대화의 그늘과 도시의 기억을 말 없이 증언하고 있다.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이 나무를 무심히 지나치는 풍경 속 나무가 아니라 울산의 역사와 자연을 연결하는 살아있는 기록보관소라는 상징으로 봤으면 한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