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에 제조업 발묶여도…32.4% “대응 없다”

2025-09-24     오상민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울산 주력 제조업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무역장벽과 환경규제에 맞서 기업들이 분산 조달과 수출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3곳 중 1곳은 아직도 대응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종합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은행 울산·부산·경남 본부가 23일 ‘지속가능한 지역 균형발전의 길:부울경 인구·산업 이슈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울산 섹션 발표를 맡은 이창훈 UNIST 교수에 따르면, 자동차·조선·석유화학·기계장비 등 울산 지역 주력 업종 105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울산 기업들은 보호무역을 가장 중대한 리스크로 꼽았다. 하지만 ‘별도 대응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32.4%에 달했다.

대응계획을 세운 기업들은 △수출시장 다변화(37.1%) △비용 절감(30.5%) △가격 조정(28.6%) △R&D 투자(10.5%) △생산지 이전(6.7%) 등을 꼽았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기업이 수동적인 대응에 머물고 있어 지역 산업 전반의 공급망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사에서는 보호무역주의 리스크는 심각하게 인식하면서도 환경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온도차도 드러났다.

이 교수는 “환경규제 대응을 소홀히 할 경우, 앞으로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에서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선제적 대응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실제 위기에서 버티려면 위험 감지 역량보다 결단과 실행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외 생산거점 분산, 공급선 다변화, 친환경 설비 전환을 통해 공급망 다변성을 확보한 기업들만이 충격 상황에서 회복탄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응력 취약을 우려하며, 산업 차원의 공동대응 네트워크와 정부 차원의 공급망 위험관리 지원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창훈 UNIST 교수는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무역장벽과 환경규제 대응은 정부와 지자체가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울산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지켜내기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은 청년층 순유출이 장기화되고 고령인구 비중이 23.9%에 육박하면서 자영업 생태계가 구조적으로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령 자영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폐업률 우위가 이어지고 신생기업 생존율은 낮았다.

경남은 청년층이 직업·교육을 이유로 빠져나가면서 연간 9100여명의 순유출이 이어졌다. 특히 핵심노동연령층(19~49세)의 유출은 생산·소비 위축으로 직결돼 경제적 타격이 컸다.

이에 연구진들은 “보건·복지, 고령친화식품 등 성장 가능 산업과 연계한 창업 지원이 필요” “청년·중장년층 정착과 고령층 업종 전환 지원 동시 추진” “R&D 투자로 인구·GRDP·생산성을 모두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상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