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워도 치워도…동구 해안 쓰레기 골머리

2025-09-24     김은정 기자
파도를 타고 밀려드는 해안 쓰레기가 울산 동구 해변을 뒤덮으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생활쓰레기부터 외국어가 적힌 페트병, 통조림 캔까지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수거 인력과 행정은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과 23일 찾은 동구 일산해수욕장. 해초더미 사이로 굵은 쇠막대와 플라스틱 통이 뒤엉켜 있었다. 얼핏 보면 해변 전체가 쓰레기장처럼 보였고, 날카로운 잔해까지 섞여 있어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공공근로자들이 집게를 들고 수거에 나섰지만, 이후 환경 공무직 직원들이 다시 투입돼 해초와 쓰레기까지 분리하며 마무리 정리를 해야만 해변은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공공근로자는 “여름철은 피서객이 남기고 간 쓰레기나 해조류 청소로 고생했는데 이제 조금 숨을 돌리나 싶었더니 외부에서 밀려오는 쓰레기 때문에 또 골치가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동구에 따르면 계절별로 해안에 밀려드는 쓰레기의 양상은 뚜렷하게 다르다. 봄과 여름에는 인근에서 서식하는 괭생이 모자반과 해조류, 해수욕객이 버린 소량의 쓰레기 등이 문제로 꼽힌다. 반면 가을철이나 비가 내린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비가 내린 뒤 며칠이 지나면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을 따라 울주군 구영리에서부터 흘러내려온 생활 쓰레기와 각종 부유물이 한꺼번에 바다로 쏟아져 들어와 동구 해안에 도착한다. 지난해에는 태화강 일원에서 뿌리째 뽑힌 갈대가 바닷물에 떠밀려 들어와 잠자리들이 강인 줄 알고 몰려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올해 가을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이날 해변에서 확인된 쓰레기에는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가 적힌 페트병과 통조림 캔이 많았다.

동구는 이에 대해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 해류에 영향을 주면서 먼바다 선상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풍랑을 타고 밀려와 동구 해안에 고인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이전에도 부유물이 밀려온 적은 많았지만 대부분 나뭇가지 정도였고, 올해처럼 다양한 형태의 외부 쓰레기가 쏟아져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동구는 해양관광지로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매일 수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성수기였던 여름에 비해 투입 인원이 줄어든 가을철에는 대응이 벅차다.

한 환경공무직 직원은 “한달째 해안 쓰레기와 싸우고 있다. 많을 때는 굴삭기를 동원하기도 했고, 하루에 5~7㎏짜리 마대 500개 분량을 치운 적도 있다”며 “치워도 돌아서면 다시 쌓여 아예 치우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동구 관계자는 “태풍이나 풍랑이 조금만 불어도 해류를 따라 쓰레기가 몰려온다. 올해 유난히 많긴 하지만, 특히 가을철과 호우 뒤에는 반복되는 현상”이라며 “거의 매일 청소하고 있지만 돌아서면 또 밀려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