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력자급률 111% 울산, 분산에너지특구 당위성은 충분

2025-09-26     경상일보

울산의 전력자급률이 처음으로 110%를 넘어섰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모두 자체적으로 사용하고도 10% 이상의 전력이 남는다는 의미다. 에너지 다소비 도시 울산이 에너지 자립 도시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한국전력 자료를 보면 올해(1~7월) 울산의 전력자급률은 111.1%로 지난해보다 7.7%p 상승했다. 발전량은 처음으로 부산을 넘어섰다. LNG·LPG 복합발전소의 안정적 가동이 변화를 이끌었고, 내년까지 새울원전 3·4호기가 준공되면 전력 생산 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울산은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비철금속 등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제조업이 밀집해 있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유치와 인공지능 기반 산업 육성을 앞세워 ‘AI 수도’를 표방하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요구되는 전력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다는 점이다. SK와 AWS가 추진 중인 100㎿급 데이터센터는 향후 1GW 이상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다. 전력망·냉각 시스템·요금 체계까지 모두 고도화가 필요하다. 결국 울산이 미래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유연한 에너지 인프라 확보가 선결 조건이다.

정부의 ‘지산지소’형 분산에너지 정책은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송배전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울산은 이미 이 원칙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있는 대표 도시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앙집중형 전력체계에 묶여 있어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 울산을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구 지정은 전력 직접거래, 독립형 전력망, 탄력적 요금제 등 다양한 실험을 가능케 해 지역 기업과 산업에 맞춤형 전력공급 체계를 열어준다. 특히 송전 손실과 비용을 줄이고, 외부 변수에 따른 전력 불안정성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아쉬운 점은 정부의 행정 지연이다. 에너지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울산의 분산에너지특구 지정 논의도 발목이 잡혀 있다. 이는 곧 울산시의 전략산업 구상과 기업 투자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해온 정부라면 이제는 제도를 통해 의지를 보여야 한다. 에너지 수요와 공급이 지역 내에서 동시에 자족 가능한 현실적 조건이 마련된 지금, 특구 지정은 실전 과제다.

울산은 이미 준비돼 있다. 남은 것은 제도적 울타리뿐이다. 조속히 울산을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해, 국가 에너지 정책의 실효성을 한층 높여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