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의 도서관 산책(9)]반구천 암각화를 품은 울주도서관

2025-09-26     경상일보

울산의 관문인 KTX울산역(통도사역)에서 도보로 5분 남짓 걸으면 울주도서관이 나온다. 지난 7월, 울주군을 가로질러 태화강으로 흘러드는 반구천 일대의 암각화가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이곳에 관심을 두는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울주도서관은 지역 가까이에 있는 반구천 암각화와 관련된 도서 전시, 자료 목록 배부, 영상 상영 등을 통해 세계유원을 도서관 안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서관이 소장한 향토 자료는 단순한 안내 팸플릿이나 인터넷 정보보다 훨씬 상세해 문화유산 이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울주도서관은 울산시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으로, 1991년 개관 이후 자료 제공을 비롯해 학교독서, 평생교육, 문화행사를 지원하는 지역의 대표 학습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본관과 별관 두 동으로 이뤄진 건물에는 약 28만권의 도서와 오디오북을 포함한 시청각자료 1만4000점, 신문이나 교양잡지 340종이 소장돼 있다.

본관 1층에는 어린이자료실과 영유아자료실, 2층에는 주제별 자료 이용률이 가장 높은 문학자료실이 자리하고, 3층에는 종합자료실과 디지털자료실이 마련돼 문학 외의 전 분야 도서와 학술데이터베이스, 시청각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별관 2층과 3층은 평생교육 강좌실과 시청각실로 활용된다.

울주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격차 해소와 문화소외계층 지원에 있다. 아동 자료를 활용한 ‘다문화 이해 프로그램’은 다문화 동화 교실과 인형극 공연을 통해 다문화 가족이 지역 공동체 속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특수학교와 초등학교 특수학급을 직접 찾아가 그림책을 활용한 ‘장애 학생 맞춤형 독서 체험’을 지원해, 학생과 보호자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도서관 건물 안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 서비스를 지역 곳곳으로 확장하는 적극성이 돋보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청소년 진로 독서프로그램’은 직업 관련 도서와 워크북을 이용해 학생들이 직업 세계를 이해하고 진로 탐색을 돕는다. 특히 울주군뿐만 아니라 중구 지역까지 확대 운영하며, 전문 강사를 파견하는 등 교육청 대표도서관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활동을 하고 있다.

2017년부터 이어진 ‘책꾸러미 독서운동’은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동일 도서 30권을 꾸러미로 묶어 한 달간 무상 대출해 주는 서비스다. 택배로 학교까지 직접 전달되는 이 책꾸러미는 교과 수업, 독서 동아리, 각종 행사에 폭넓게 활용된다. 지난해에는 79개교 1195학급에서 3만여권이 대출될 만큼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더불어 독후 활동 공모전인 ‘한 줄도 좋다’를 운영해 학생들의 독서 동기를 북돋우고 있다.

청소년 독자층의 감각에 맞춘 추천 도서 서비스인 ‘독서는 힙(Hip)하다’도 눈길을 끈다. 매달 사서들이 25권을 선정해 게시판과 누리집에 소개하는데 최신 추세와 청소년의 관심사를 반영한 목록은 도서관에서 언제든 열람과 대출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책 정보를 손쉽게 접하고 독서 생활을 확장할 수 있다.

울주도서관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독서문화 지원과 평생학습센터로서의 역할도 충실하다. 먼저, 주민들의 독서 인구 확대를 위해 ‘도서관 주도’로 각종 독서회를 조직했다. 그 중에서 ‘자운영 독서회’는 1999년에 만들어져 지속적인 독서활동을 해 온 결과, 참여자 일부는 다양한 문학 장르에 등단해 지역의 시인, 소설가, 수필가, 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도서관협회 공모사업인 ‘도서관 지혜학교’에 선정돼 인문학 프로그램을 다년간 운영해 신중년과 노년층의 삶의 질 향상을 꾀했다.

도서관은 교육과정 수료 후에도 참여자들이 주도적으로 평생학습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시 및 활동 공간 제공, ‘도서관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 지원 사업’ 공모 등을 통해 각종 지원을 한다. 예를 들어 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의 예산 지원 사업에 2년 연속 선정된 문인화 동아리 ‘금묵회’는 2012년 창단 이후 꾸준한 활동을 해 온 결과, 울주군 우수 동아리로 선정되었고, 다수의 회원이 울산미술대전 등에서 매년 입상하고 있다. 울주군의 평생학습동아리 예산을 지원받은 ‘이야기 그림 공방’은 울주군 명소를 주제로 그림을 그려 책을 출간했으며, ‘오피니언’ 동아리는 울산 문화와 지역 현안을 다룬 글을 신문과 문예지에 게재하며 지역 알리기에 이바지하고 있다. 도서관은 이처럼 단순한 프로그램 제공뿐 아니라 시설 지원을 통해 주민들이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선선한 9월, 울주도서관은 독서의 달을 맞아 ‘읽기 예보: 오늘 읽음, 내일 맑음’을 주제로 한 달간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반구천 암각화 도서 전시, 책 속 그림 전시, 동화 뮤지컬 공연, 독후 감상문 쓰기 등 20여개의 독서 문화 행사가 운영된다. 가족 단위는 물론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많아 도서관 나들이하기에 좋은 시기이다.

울주도서관은 이제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공간을 넘어 지역교육과 세계 문화유산을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를 품은 도서관, 이곳에서 책과 문화, 학습과 연대가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이애란 칼럼니스트·문헌정보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