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도 외면하는 흡연부스 ‘애물단지’

2025-09-26     권지혜 기자
흡연부스가 있음에도 밖에서 담배를 피는 시민들이 많아 흡연부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흡연부스 이용을 높이기 위해 흡연부스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5일 남구 삼산동 울산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한 이동노동자쉼터. 이동노동자들의 휴식공간 제공을 목적으로 조성된 쉼터로, 이곳에서는 흡연을 금지하고 흡연부스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가 곳곳에 붙어 있다. 그러나 바로 옆 흡연부스를 두고 밖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자주 목격됐다.

터미널 앞 택시정류장에 정차한 택시기사들은 물론 터미널을 찾은 시민, 배달기사 등 흡연부스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창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권모씨는 “나도 흡연자이긴 하지만 흡연으로 피해보는 비흡연자, 아이들을 위해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나 이곳은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터미널 주변이기에 울산의 이미지를 좌지우지 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시대가 바뀐 만큼 공공질서를 꼭 지켜야한다”고 지적했다.

울산과학대학교 서부캠퍼스의 경우 흡연부스가 외딴 곳에 위치해 계단이나 벤치 등에서 흡연하는 일이 잦다.

울산과학대 재학생 A씨는 “흡연부스가 답답하고 담배 연기를 맡는 게 싫다면서 담배를 밖에서 피더라”며 “흡연부스가 실효성이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에는 실외 흡연부스 1078개, 실내 흡연부스 922개 등 총 2000개의 흡연부스가 있다.

그러나 흡연부스가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없다. 금연구역이 아닌 곳에서의 흡연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일간에서는 사람이 몰리거나 좁고 더운 흡연부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야 흡연부스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산동 이동노동자쉼터에서 만난 한 흡연자는 “흡연자들도 다른 사람의 담배 냄새를 맡는 걸 싫어한다”며 “특히 더운 여름날이나 사람이 많을 때는 찜통인 흡연부스 안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라며 흡연부스 환경 개선을 당부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금연구역이 아닌 이상 이를 지도 단속하거나 벌금을 내릴 수 없으며 즉시 적발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며 “지자체에서도 흡연부스 이용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안내 및 계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