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생활 속 임대차 정보]환산보증금 기준 넘더라도 임차인 권리 보호 가능
2025-09-29 오상민 기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경제적 안정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다만 이 법은 ‘환산보증금’(월세×100+보증금)이 일정 기준 이하인 임대차에만 원칙적으로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가령 울산의 경우 5억4000만원, 울주군은 3억7000만원을 초과하면 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동법 제2조 제3항은 환산보증금을 넘더라도 △대항력 △계약갱신요구권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 등 핵심 조항은 예외적으로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라고 한 제15조, 이른바 ‘편면적 강행규정’이 여기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고액 임대차에도 이 규정이 적용되는지가 논란이 된다.
일부 판결에서 ‘제2조 제3항에 제15조가 적시되지 않았으니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판결에서는 반대로 ‘환산보증금 초과 상가에도 편면적 강행규정이 적용된다’고 봤다.
이에 법원은 크게 2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는 입법 취지다. 상가임대차법은 보증금 액수와 무관하게 임차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법이다. 만약 불리한 특약을 유효하다고 본다면 계약갱신요구권이나 권리금 보호가 무력화될 수 있고, 이는 법의 제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둘째는 법 체계의 해석이다. 제3조부터 14조까지가 구체적인 권리 보호조항이라면, 제15조 이후는법의 전반적인 성격과 적용 범위에 대한 일반 규정으로 봤다. 그 효력을 담보하는 일반 규정인 셈이다.
이러한 판결 흐름은 임대차 계약에서 발생하는 힘의 불균형을 고려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계약서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포기한다”거나 “권리금은 일체 포기한다”는 특약을 넣더라도 이러한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부인될 수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환산보증금이 크더라도 법의 테두리 밖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불리한 특약을 넣더라도 무효가 될 수 있고, 되레 분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임차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길이다.
임차인은 반대로, 고액 상가 계약에서도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적극 주장할 수 있다. 불합리한 특약이 제시되더라도 법 취지를 근거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현재와 같은 해석 논란을 없애려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제2조 제3항에 제15조 적용을 명시해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예외적으로 임차인의 권리 포기가 유효하게 인정될 수 있는 사례도 존재하기도 한다.
성창우 한국부동산원 울산지사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