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반구대 암각화와 사연댐, 역사문화도시 울산의 미래
지난 7월12일, 울산 울주군 대곡천 일대의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대한민국에서 17번째 세계유산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수십 년 동안 물에 잠겼다 드러나기를 반복하며 가치를 위협받던 암각화가 마침내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번 성과는 수천 년 전바위에 새겨진 그림이 지닌 세계적 가치와 더불어 수십 년 동안 시민과 연구자, 관계기관이 힘을 모아 보존과 가치를 지켜낸 긴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유산 등재는 끝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과제의 시작을 알린다. 유네스코는 암각화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보존대책이 실질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꾸준히 점검하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는 단순한 절차적 점검이 아니라, 산업도시 울산이 역사와 문화를 함께 품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 할 수 있다. 산업화의 성과와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하느냐가 울산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된 것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천전리 각석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발견 이후 줄곧 침수의 위협에 시달려왔다. 그 배경에는 울산 산업화를 지탱해 온 사연댐이 있었다. 1965년 완공된 사연댐은 울산의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식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한 젖줄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구대 암각화는 저수지 수위가 오를 때마다 물속에 잠겨야 했다. 수많은 대책 논의가 이어졌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나오지 못했고, ‘산업과 문화유산의 갈등’이라는 오랜 과제가 이어졌다.
2014년에는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사연댐의 수위를 암각화 높이 이하로 제한 운영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날은 연간 150여 일에서 40여 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완전한 보존 대책은 아니었다.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켜내려면 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했다.
결정적 전환점은 2021년에 찾아왔다.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이름을 올리면서, 보존 문제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같은 해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사연댐 수문 설치가 최종 확정되었고, 한국수자원공사(이하 K-water)가 이 실행을 맡게 되었다.
사연댐 수문 설치 사업은 과학적 원리에 기반한 실질적인 해법이다. 여수로 높이를 낮추고 수문 세 개를 설치해 평상시에는 댐 수위를 암각화 높이 이하로 유지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이로써 반구대 암각화는 침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또한 홍수기에는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할 수 있어 치수 관리의 안정성도 확보된다. 결국 울산 시민들은 생활과 산업에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동시에, 세계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게 된다. 산업과 역사가 대립하지 않고 공존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K-water는 올해 초 실시설계에 착수했으며,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 공사가 마무리되면 반구대 암각화는 침수 위협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물과 공존하는 문화유산’이라는 새로운 위상을 얻게 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유산 하나를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울산이 산업의 도시에서 역사와 문화를 함께 품는 도시로 변모하는 상징적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울산의 새로운 역사는 이제 막 펼쳐지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과 함께 울산이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K-water는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울산의 미래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며, 세계 속에서 더욱 빛나는 역사문화도시로 성장해 나갈 울산의 새로운 여정을 함께할 것이다
류형주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