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의 피팅이야기]“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장비 업그레이드”
골프가 잘 안될 때, 우리는 늘 장비를 의심한다. 드라이버가 너무 무거운가?” “샤프트가 안 맞는 걸까?” “아이언을 바꿔야 하나?”
하지만 의외로 많은 경우, 클럽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 그립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립은 클럽과 우리의 몸을 연결하는 유일한 접점이다. 윙은 결국 손에서 시작되고, 손은 그립을 통해 클럽을 조종한다. 그런데도 많은 골퍼들이 그립을 단순 소모품 정도로만 여기고 지나친다.
하지만 그립은 단순한 고무(러버, 코드, 하이브리드 등)가 아니다. 그립은 스윙의 템포, 방향성, 손맛까지 좌우하는 핵심 장비다.
평균적으로 여성용 그립은 27g, 32g, 36g, 40g대가, 남성용 그립은 42g, 46g, 50g대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그립은 5g 단위의 무게 변화만으로도 스윙웨이트가 1포인트 달라진다. 즉 교체 시 무게가 조금만 달라져도 클럽이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조금 무거운 그립을 쓰면 클럽이 가볍게 느껴지고, 가벼운 그립을 쓰면 클럽 헤드가 더 묵직하게 느껴진다. 이 작은 차이가 비거리, 방향성, 임팩트 시 타감, 타이밍, 피니시까지 영향을 준다.
그립의 두께도 중요하다.
두꺼운 그립은 손의 움직임을 억제해 미스 샷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칫 슬라이스가 날 수 있다. 반대로 얇은 그립은 손의 개입이 많아져 드로우나 훅 구질이 생기기 쉽다.
즉, 자신의 구질이나 스윙 스타일에 따라 그립의 무게와 두께를 조정해 ‘피팅’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그립은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장비 업그레이드다. 클럽 하나를 바꾸려면 수십만 원이 들지만, 그립 교체는 개당 1만~3만원 선에서 가능하다.
오래된 그립은 땀과 먼지로 미끄럽고, 스윙 시 불필요한 힘까지 들어가게 만든다. 마치 미끄러운 핸들로 운전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혹시 요즘 샷 감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스윙할 때 자꾸 손에 힘이 들어간다면, 새 장비를 사기 전에 내 손에 쥐고 있는 그립부터 점검해 보자. 그립 하나 바꿨을 뿐인데, 골프가 다시 즐거워질 수도 있다.
이렇듯 피팅은 사소한 그립 교체부터 샤프트와 헤드 선택까지 아무렇게나 교체해서는 안 된다. 스윙 분석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피팅을 하는 것이 골프를 잘 치는 지름길이다.
이번 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치며,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애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윤성원 골프피팅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