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차등 전기요금 공론화 속도
울산시를 비롯한 석탄·원자력 발전소가 집중된 전국 7개 시·도가 전력자립률을 고려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전력자립률을 고려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추진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이재관·김교흥·김종민 의원 등 12명이 공동 주최하고, 울산·충남·인천·강원 등 전국 7개 시·도가 공동 주관했다.
울산은 새울원전을 비롯해 LNG발전소 등 대규모 발전 설비가 밀집한 대표적 전력 생산 거점이다. 전력자립률은 전국 상위권이며, 내년에는 새울원전 3·4호기가 차례로 준공될 예정이어서 전력자급률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전국 단일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어 전력자립률이 높은 지자체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도권과 같이 발전소 부담이 적은 지역과 울산·충남처럼 발전 기여도가 큰 지역이 동일한 요금을 내고 있어 발전소 입지 지역의 사회적·환경적 부담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차등요금제는 발전소가 몰린 지역은 상대적으로 요금을 낮추고, 외부 전력을 끌어다 쓰는 수도권 등은 더 많이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이는 단순한 요금 불만 차원을 넘어 전력 수급 안정과 분산형 에너지 확산, 지역 수용성 제고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안효대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울산은 대한민국 전력의 중추 공급지로 수십년간 국가 전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 왔다”며 “앞으로의 전기요금 체계는 지역별 전력자립률뿐 아니라 발전단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부시장은 특히 원자력·화력·LNG 등 발전시설에 따른 환경 리스크와 주민 갈등, 송전탑 설치로 인한 피해 등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짚으며, 차등요금제가 단순히 혜택이 아니라 ‘정당한 보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토론회 발제자인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방향과 기대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는 전국의 45%에 달하지만 발전 설비는 지방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송전망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전력자립률 격차를 고려하면 차등요금제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또 “차등제는 요금 형평성을 높이고 분산형 에너지 확산과 국가 전력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 역시 “발전소 입지 지역은 환경 피해와 주민 갈등을 감수하면서도 수도권과 같은 요금을 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간 전력자립률 격차가 커지고 있음에도 요금 체계가 이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차등요금제는 지역 수용성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현실적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산업계에서도 차등요금제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김명현 현대 E&F 대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2년 대비 2024년 약 75.8% 인상돼 정유·석유화학 업계만 해도 수천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했다”며 “차등요금제는 특정 지역의 특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사를 주최한 국회의원들과 시·도 관계자들은 이날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정부와 국회에 제도 개선을 지속 건의하기로 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