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장 사다리 무너진 기업 생태계, 울산도 ‘좀비기업’ 경고음

2025-09-30     경상일보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9일 발표한 ‘기업 성장 생태계 진단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생태계는 이미 심각한 위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43명이던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는 2023년 40.7명으로 줄었고, 중견기업 수는 같은 기간 1만60개에서 9508개로 감소했다. 이는 고용 창출력 저하와 함께 중소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 큰 위협은 한계기업을 넘어, ‘좀비기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 ‘좀비기업’의 비중은 17.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6개 중 1개꼴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추가적인 대출이나 정부·금융기관의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울산지역 기업경영분석’ 보고서를 보면 울산에 본점을 둔 영리법인(1만4028개사)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제조업 중 펄프·종이 업종의 이자보상비율은 25.4%로, 좀비기업 수준의 수익성을 보였다. 전자부품 업종의 이자보상비율은 -70%에 달해 심각한 부실 상태다.

비제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울산 내 부동산업(1908개사)의 이자보상비율은 3.4%에 불과해 금융기관 지원에 기대어 연명 중인 ‘좀비화’ 현상이 뚜렷하다. 생산성 낮고 혁신 없는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으면, 지역 경제 체력이 약화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울산의 실질 GRDP(지역내총생산)는 -1.0%로 18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제조업 수출 부진, 건설·소비 침체 등 이른바 ‘트리플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런 구조적인 부진이 장기화되면 수익성 악화와 자금 부족으로 버티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게 되고, 결국 좀비기업으로 전락하는 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지역경제의 생산성과 회복력 자체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구조적 저성장을 심화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지역 기업들이 대외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정책적 방파제가 시급하다. 석유화학 위기 대응 지역 지정, 자동차 부품 업계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업종 전환 지원 등이 다각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