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하이드로젠파워 2호, 수소경제 심장부로 가는 길목
울산의 대규모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가 폐기물이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로 부활하고 있다. 29일 준공식을 가진 ‘울산하이드로젠파워2호’는 롯데SK에너루트가 총 80㎿ 규모로 내년말까지 추진 중인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5기 가운데 첫 결실이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은 화력 발전 대비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배출이 적은 친환경 발전 방식이다. 날씨와 무관하게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생산으로 전력 계통 안정화에 기여하며, 특히 울산 ‘AI 수도’ 달성의 핵심인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과 탄소 중립을 선도하는 수소경제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 완공된 2호기는 20㎿급 규모로, 연간 약 17만MWh의 전력을 생산해 울산지역 4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산형 연료전지(PAFC) 방식으로 지역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연료로 쓰며,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인근 산업단지의 스팀으로 재활용된다. 장차 청정수소로의 전환도 별도 설비 교체 없이 가능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실증 모델로 평가받는다.
울산은 이미 수소 상용차 실증, 수소버스와 충전소 확충, 배관망 구축 등 다양한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구축해왔다. 이번 발전소는 이러한 인프라를 지역 산업의 저탄소 구조 전환과 경제성으로 연결하는 구체적 사례다.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전 주기를 아우르는 생태계가 울산에 집중되면서, 지역 기업들의 산업 전환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AI데이터센터와의 연계 가능성은 울산 수소경제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SK텔레콤과 AWS가 추진 중인 미포산단 AI데이터센터는 1GW급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초대형 시설이다. 수소연료전지는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해 전력 품질이 중요한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구조다. 울산이 수소 기반 전력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면 ‘그린 AI’라는 국제적 과제에도 부응하게 될 것이다.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수소 공급의 안정성, 장기적 경제성, 전력 계통 연계는 여전히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다. 울산이 앞서가는 만큼 부담도 크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기업의 투자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성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산업도시에서 친환경 에너지도시로, 제조 중심에서 디지털·에너지 융합도시로, 울산은 거대한 전환의 길목에 서 있다. 수소는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이다. 울산이 수소경제의 심장부로 자리매김하며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