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내란특별재판부 혹은 내란전담재판부 논란

2025-10-01     경상일보

12·3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사건은 이미 법원에 기소되어서,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에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위 사건의 기소 후, 대법원 예규에서 정한 전산시스템 등을 통하여 무작위로 위 법원의 여러 개의 형사합의부 중에서 제25부로 배당이 된 것이다. 매우 중요한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렇다고 배당권한을 가진 누군가가 판사의 능력 등을 고려하여서 담당 판사를 지정한 것은 전혀 아니다.

법원에 기소되는 모든 형사사건은 예외없이 전산시스템 등을 통하여 무작위로 담당판사가 정하여진다. 그리하여 작은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흔히, 피고인들은 좋은 판사를 만났다고 좋아하기도 하고, 또 고약한 판사를 만났다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쩔 수가 없다.

만약 사건 배당을 위와 같이 무작위로 하지 않고, 법원장 등 누군가에게 배당권한을 주어서 그 사람의 의지에 따라서 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오히려 배당을 하는 사람이 배당을 조작하여서 사건의 결론을 개선 혹은 개악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결정적으로 재판의 결론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그런데, 무작위로 지정된 법원의 재판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은 생각만큼 속도감 있게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거기에다가 위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의 재판장은 윤 전 대통령이 신청한 구속취소신청에 대하여 이를 인용해 주어서, 윤 전 대통령을 석방을 시켜 준 판사이기도 하다(그 후 윤 전 대통령은 특별검사에 의하여 다시 구속되었다). 그렇게 되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내란사건의 재판을 담당할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별판사를 임명하여서 내란사건만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빨리 내란세력을 척결하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법안 중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과 같은 것을 보면, 내란 사건의 기소 후 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서 그 위원회의 추천으로 판사를 임명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들어서 국회나 외부 기관으로 하여금 법관 임명에 관여토록 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 될 수 있다. 즉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내란 사건이라고 하여서, 국회나 외부 기관으로 하여금 재판을 담당할 판사를 임명하도록 하면, 이는 위 헌법 규정에 배치되는 것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내란특별재판부의 설치를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헌법상 사법권은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하는 사법부에 귀속된다. 해방하고 나서 반민족 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재판부를 만들 때도 헌법에 근거를 뒀고, 3·15 부정선거 행위자들에 대한 특별재판부 역시 당시 헌법 부칙에 근거를 뒀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상 근거가 없다.”

위와 같은 논란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내란특별재판부보다는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약간 후퇴를 하였다. 국회가 외부 기관이 특별판사를 임명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법원 내부에 내란사건만을 전담하여 재판을 할 내란전담재판부의 설치를 법으로 강제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쨌든 내란 사건의 재판을 위하여 다수당인 민주당이 입법적으로 뭔가 특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태까지 어떤 특정 사건을 놓고, 국회나 외부 기관이 재판부의 설치나 배당에 관여하려고 한 적이 없다. 또 법원의 무작위 사건 배당 시스템과 관련하여 최근까지 무슨 큰 문제점이 노출된 적도 없다. 따라서 12·3계엄 관련 내란사건이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정치권은 현재의 사법부 시스템을 존중하고 차분하게 지켜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여야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법원의 최종 결론을 존중하고 승복할 것 같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