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의 별의별 세상이야기(10)]글로벌 장애청소년 IT챌린지대회 앞둔 울산

2025-10-01     경상일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APEC 정상회의가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경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큰 행사의 부대행사 중 하나인 ‘글로벌 장애청소년 IT챌린지 대회’가 같은 기간 내에 우리 고장 울산에서 개최가 된다.

20여개국 선수 및 인솔자 300여명이 참석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얼마 전 이 행사를 통해 품격 있는 국제도시로서의 위상 제고를 위한 사전 업무협의를 본 협회와 시 관계자가 가진 바 있다. 이 대회는 단순한 기술 경연이 아니다. 장애라는 벽을 넘어 청소년들이 세계와 연결되는 가능성의 장이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으로 대표되던 울산이 이제는 사람을 위한 기술, 공존을 위한 IT를 이야기하는 무대를 여는 것이다.

장애청소년들에게 이 대회는 희망의 등불이 될 전망이다. 기술은 장애를 제약이 아닌 또 다른 가능성으로 전환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단지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의 미래를 함께 하는 친구이며 동료이다. 울산이 이들의 아름다운 삶의 여정에 좋은 기억과 영광스런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대회가 울산에 열린다는 사실은 단순히 국제행사 유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와 시민들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태도로 맞이 하느냐가 이 대회의 성패를 좌우한다.

우선 도시는 배려의 옷을 입어야 한다. 참가자들이 편히 이동하고 불편 없이 숙박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은 기본이다.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는 길, 장애인 화장실, 교통 약자 안내 표시, 대회 행사와 문화체험 행사 시 언어 소통, 그리고 따뜻한 미소를 건네는 시민의 환대. 이것이 곧 울산의 품격이다.

둘째, 울산 시민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국제 행사라 하면 흔히 축제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대회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다. 시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안내자로 참여 할 때 울산의 진심은 더욱 빛난다. 한 번의 박수, 한 마디의 응원이 장애를 넘어선 도전자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셋째, 울산은 이번 기회를 미래의 씨앗으로 삼아야 한다. 이 대회가 끝나면 울산은 단순한 개최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포용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여러 프로그램을 계발하여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이 대회를 계기로 울산은 ‘산업수도’에서 ‘사람의 수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울산은 한 달 후에 있을 거대한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 장애를 넘어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손을 잡아 줄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행사로 흘려 보낼 것인지 그 선택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김병철 울산장애인재활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