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한개로 원전내 139개 지점 지진피해 측정

2025-10-01     석현주 기자

지진 발생시 센서 하나로 원자력발전소 139개 지점의 피해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기발됐다.

UNIST는 이영주(사진)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팀과 이재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측정본부 비파괴측정그룹 박사팀이 원자력발전소 보조 건물 내 139개 세부 지점의 진동 현황을 추정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원자력발전소의 보조 건물에 몰려있는 배전반·비상발전기 같은 전기 설비는 진동에 취약하다. 실제 2016년 경주 지진 때도 콘크리트 건물은 멀쩡했지만 전기설비 점검을 위해 가동이 중단됐다. UNIST와 표준연 연구팀은 이를 일일이 점검하지 않고도 보수가 필요한 전기설비를 신속히 가려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은 단일 센서가 실측한 지진 데이터를 입력받아 건물 내 139개 지점의 지진 가속도 응답을 0.07초 안에 산출해 낸다. 가속도 응답은 지진파가 지나갈 때 설비가 얼마나 빠르고 세게 흔들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를 분석해 어느 구역에 설치된 설비를 우선 점검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139개 지점의 지진 가속도 응답을 실제로 측정하려면 수백 대의 센서가 필요하지만 AI가 그 수백 대 센서를 대신하는 가상 센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 센서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유지·보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이 모델은 잡음이 없는 조건에서는 예측 오차가 0.44~0.59%에 불과했고 잡음을 인위적으로 섞은 10㏈ 환경에서도 4% 안팎의 낮은 오차 범위를 유지했다. 또 실제 지진 기록(NGA-West 2)을 활용해 성능을 검증한 결과 한국과 미국 원자력발전소 설계 안전 기준이 되는 강진 조건에서도 신뢰할 만한 추정치를 산출해 냈다.

연구팀은 “원전 점검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는 시간과 센서 유지·보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인 기술이다”며 “특히 원전과 같은 방사선 통제구역에서는 센서 설치와 유지보수가 매우 제한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