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추석연휴, 취약계층엔 오히려 고역
#자식 없이 홀로 지내는 기초수급자 80대 A씨는 평년보다 긴 추석에 벌써부터 고독함과 우울함이 커지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식품 등을 후원 받아 끼니는 거르지 않을 수 있지만 평소 다니던 경로당과 경로식당이 문을 닫아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보육시설에서 지내는 B양은 추석 때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가거나 외식을 한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외감을 느낀다. 보육시설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거나 공원에 놀러가는 등 문화생활을 하지만 가족과 함께 추석을 보내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하다.
30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많은 시민들이 10월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이어지는 긴 추석 연휴를 기다리는 가운데 홀몸노인, 취약계층 아동, 농아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울산지역 1만5000여명의 홀몸노인들은 긴 추석연휴를 앞두고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휴 기간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과 경로식당 등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재가노인복지 전문기관과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추석 연휴 때 복지기관이 문을 닫긴 하지만 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다 갖춰져 있으며 식품 등 후원도 진행돼 끼니는 챙길 수 있다”며 “다만 평소 다니던 시설이 문을 닫고 만날 사람도 없기 때문에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노인 중 자식이 없는 이들이 꽤 있다. 몸이 편찮으신 이들은 산책도 어려워 외로움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약계층 아동 역시 소외감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아동복지 기관 관계자는 “경제적인 이유로 친구들처럼 해외여행을 가거나 외식을 하지 못하는데에 대한 소외감이 크다”며 “보육시설에서 단체로 문화생활을 하려고 해도 긴 줄 등으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울산 장애인 중 지체 장애인 다음으로 수가 많은 8500여명의 농아인 회원들은 편하게 갈 수 있는 수어통역센터가 문을 닫고 수어통역사들이 근무를 하지않아 집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울산시농아인협회 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 관계자는 “많은 농아인들이 연휴에 힘든 일이 생겨도 포기하는 게 익숙해졌다. 혼자 사는 경우가 약 30%인데 울산에 농아인들이 딱히 갈 만한 곳이 없다”며 “수어통역사들이 근무는 하지 않지만 정말 급한 일이 있을 때는 개인적으로 연락해 업무를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 홀몸노인 대상 AI 콜 서비스를 운영한다”며 “긴 추석 연휴 동안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이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