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따라 출렁이는 물정책…회야댐 중대기로

2025-10-01     석현주 기자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추진해 온 ‘기후대응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울산의 회야댐 사업이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정권 교체 때마다 물정책이 뒤집히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정책 신뢰성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울산시는 회야댐 수문 설치의 당위성을 적극 피력해 우선순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환경부는 30일 전임 정부가 발표한 신규 댐 14곳 가운데 필요성이 낮거나 지역 반대가 큰 7곳은 건설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7곳은 대안 검토와 공론화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건설 중단 대상은 수입천댐, 단양천댐, 옥천댐, 동복천댐, 산기천댐, 운문천댐, 용두천댐 등이다.

검토 대상에 남은 곳은 울산 회야댐을 비롯해 지천댐, 감천댐, 아미천댐, 가례천댐, 고현천댐, 병영천댐 등 7곳이다.

환경부는 이들 사업에 대해 댐 규모, 용도, 사업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되 예산 절감 방안과 제도 개선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회야댐은 수문이 없는 상태로 건설됐다. 만수위(31.8m)를 초과하면 여수로를 통해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계획홍수위를 넘어서는 위기 상황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2016년 태풍 차바 당시 댐 수위가 34.5m까지 치솟아 계획홍수위(34.3m)를 초과했고, 인근 하류 지역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울산시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후대응댐 사업 공모 당시 ‘수문 설치’ 방안을 제출했다.

수문이 설치되면 약 680만㎥의 추가 저수용량을 확보할 수 있어 기존 대비 30%가량 용량이 늘어난다. 이는 홍수 통제 능력은 물론 댐체 안정성과 용수 확보까지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사업비는 1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되지만, 구체적 금액은 향후 설계 과정에서 확정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회야댐은 수위 조절이 불가능해 연평균 대여섯 차례 월류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홍수 방어 능력 강화를 위해 수문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회야댐이 이번 검토 대상에서 우선순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를 상대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책 신뢰성이다. 기후대응댐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홍수 방지와 가뭄 해소를 이유로 환경부가 직접 추진 의지를 강조했던 사업이다. 짧은 시간에 내린 비를 대형 댐이라는 ‘물그릇’에 모아 홍수를 예방하고, 이후 가뭄시 용수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정책이 급변하면서 환경부 스스로 결정을 뒤집었다. 전임 정부 탓을 하면서도 정작 사업을 추진해 온 주체는 환경부 자신이라는 점에서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달라진 것은 정권뿐인데 정책은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울산은 이런 ‘정권 따라 흔들리는 물정책’의 피해를 반복해서 경험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운문댐 물 공급 문제다. 2021년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한다’는 안을 의결했지만 정권 교체 후 협정이 해지되면서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그 사이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만 논의되며 울산은 수년째 발목이 잡힌 상태다.

울산시는 이번 환경부 재검토 방침 속에서 회야댐 사업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홍수 위험이 현실로 다가온 경험과 더불어 기후위기 시대에 안정적 물 공급망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근거로 정부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향후 환경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지역민 피해 사례와 홍수 방어 효과, 용수 안정성 등을 적극 부각해 사업 타당성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