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구강 관리

2025-10-02     경상일보

다가오는 추석은 가족이 함께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는 뜻깊은 명절이다. 특히 노부모를 찾아뵙는 이 시기는 단순한 안부 인사를 넘어, 부모님의 건강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삶의 질을 함께 고민하는 중요한 기회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기대수명은 85세를 넘어 세계적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그리고 불편 없이 살아가는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김영진 건강수명 5080 국민홍보위원장(서울시 약사회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5세지만 건강수명은 70세에 불과하며, 이는 평균 15년 이상을 질병과 요양 속에서 살아간다는 의미”라며 “건강수명을 10년 늘리면 매년 2000조원 이상의 미래가치가 창출되는 만큼, ‘질병은 줄이고, 요양은 늦추고, 건강은 늘리는 대한민국’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구강 건강이다.

노인의 구강건강은 단순히 치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작 기능은 음식 섭취와 직결되며, 이는 영양 상태와 전신 건강을 좌우한다. 치아 상실이나 잦은 잇몸 질환은 저작 기능을 떨어뜨리고, 단백질 섭취 부족이나 체중 감소, 근감소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잘 맞지 않는 틀니나 관리되지 않는 임플란트는 소화기 질환뿐 아니라 사회적 위축과 우울감을 초래하기도 한다. 결국 구강건강은 삶의 질과 직결된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치아와 잇몸 질환의 유병률이 높아지고,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복합적으로 얽혀 치료가 더욱 까다로워진다. 특히 노인들은 구강건조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번에 많은 양의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큰 원인이다. 침의 분비가 줄면 충치와 잇몸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음식 섭취 시 불편함이 커져 영양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구강건조를 완화하기 위한 생활 습관 지도와 정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노인의 치과 치료에서는 일반적인 젊은층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치과 의사는 단순히 치아를 치료하는 데서 나아가 환자의 전신 상태, 약물 복용, 인지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 고령 환자의 경우 진료 시 협조가 어렵거나, 심혈관 질환 등 기저질환으로 인해 진료 도중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준비가 요구된다. 따라서 치과 방문 자체가 부담스러운 노인들에게는 무엇보다 예방 중심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노부모를 찾아뵙는 자녀 세대가 실천할 수 있는 점검 포인트도 있다. 먼저 부모님의 치아와 잇몸 상태를 살피고, 씹기 불편을 호소하지는 않는지, 틀니가 헐겁거나 통증을 유발하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칫솔질 횟수, 치실·치간칫솔 사용 여부 등 평소 구강 위생 습관을 점검해 드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일수록 스스로 관리가 어려우므로 가족의 관심과 도움은 필수적이다.

정부와 사회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노인 틀니·임플란트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이 확대되었지만, 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 이동이 어려운 고령층을 위한 방문 구강 관리 서비스, 요양시설 내 구강 관리 프로그램의 강화, 구강 건강 교육의 체계화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치과계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단순한 치료자가 아니라, 노인의 건강한 노후를 설계하는 동반자로서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추석은 단순한 가족 모임이 아니라 노부모의 건강을 함께 살피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구강건강은 음식 섭취와 대화, 사회적 활동, 전신 건강까지 이어지는 삶의 질의 기반이다.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고령화 사회에서의 구강 관리의 핵심은 정기적 검진, 철저한 예방, 맞춤형 치료, 가족과 사회의 관심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안부를 여쭙는 것과 함께, 밝은 미소와 건강한 식사를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도록 구강건강을 점검해 드리는 세심한 배려를 실천해 보아야 할 것이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