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을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자]‘조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깨…부담없이 찾는 ‘핫플’
공공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주요한 시설이자 한 축이다. 공공도서관은 지자체마다 시립·구립, 교육청 산하 도서관 등의 형태로 대부분 갖춰져 있다. 이뿐 아니라 작은도서관 등 크고 작은 도서관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지역민들의 거점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도서관은 과거 운영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어 시대 변화에 맞춰 도서관도 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본보는 울산의 공공도서관이 단순한 독서 및 학습공간이 아닌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을 국내외 사례 등을 통해 7차례에 걸쳐 모색해본다.
◇고정관념 깨…공간혁신·복합문화공간화
지난달 11일 찾은 일본 사가현 다케오시에 자리잡은 다케오 도서관. 둥근 활시위를 한 모양의 도서관은 외형부터 독특했고, 뒷산 등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룬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실내로 들어서자 목재 인테리어에 자연 채광이 가득한 천장 구조, 곡선형 책장 등이 마치 숲속의 도서관에 온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줬다.
도서관은 평일임에도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학생뿐 아니라 주부, 노인, 어린 아이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아 책 읽기 및 공부 등에 열중했다. 이 지역 주민뿐 아니라 한국인 단체 관광객 등 외지 방문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다케오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이자 타 도서관과의 차별화된 점은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것이다. 실제 이 도서관 1층에는 일반적 도서관과 다르게 일본 브랜드 서점(츠타야)과 함께 유명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이에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또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서점에는 책뿐 아니라 지역 특산물과 기념품, 각종 굿즈 등도 판매했다. 일반적인 도서관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모습이다.
마즈카미 마사카츠 다케오 도서관 관장은 “도서관에 서점과 카페를 입점시킨 것은 시민 설문조사를 통해 이용자들의 니즈(needs)에 맞춘 것”이라며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시민과 외지인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 본관 옆에 자리잡은 어린이 도서관은 부모와 자녀가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조성됐고, 해먹과 모래사장, 넓은 잔디밭 등 아이들의 즐길 거리도 충분했다.
이 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은 365일 연중 무휴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쉬는 날이 없다. 2013년 재개관해서 문을 열 때부터 24시간 연중 운영함으로써 다케오 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로 자리잡았다.
◇연간 90만명 방문…도시의 랜드마크로
다케오 도서관의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는다. 1916년 처음 설립된 뒤 여러 차례 장소를 옮겼다가 1990년대 중반 6년 정도 준비 및 공사 끝에 2000년 10월 현 위치에 개관했다. 이후 2013년에 현재 복합문화관 형태로 리뉴얼 재개관했고, 2017년에는 본관 옆에 어린이도서관도 열었다.
다케오 도서관은 재개관 전 연간 방문객이 25만명 수준이었지만, 재개관 후 2013년 한 해 92만명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후 방문객이 줄어들다가 2017년 어린이도서관 개관을 계기로 다시 크게 늘어나 2018년에는 107만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는 방문객이 감소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난 뒤 다시 늘며 지난해에는 89만명으로 90만명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인구 5만명이 채 안 되는 다케오시에 인구의 20배 가까운 방문객이 찾고 있는 것이다.
수령 3000년된 녹나무와 온천 정도만 알려져 있던 사가현의 작은 도시는 이제 도서관 하나로만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됐다. 이에 도서관을 벤치마킹 하려는 한국 등 외국 지자체 및 도서관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이 다케오 도서관을 모티브로 만든 것은 유명한 사례다.
마즈카미 관장은 “설문 조사 결과 다케오 도서관이 생긴 뒤로 도시 지명도가 크게 올라갔고, 시민 자긍심과 경제적 효과 등도 향상됐다”며 “다케오 도서관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민들의 ‘자기실현’이다”라고 밝혔다.
일본에는 다케오 도서관 외에도 여러 공공도서관들이 이처럼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가나자와시에 있는 이시카와현립도서관이 대표적 사례다.
2022년 7월 문을 연 이시카와현립도서관은 다목적실, 교육실 등을 갖춘 커뮤니티 기능이 특화된 도서관이다. 시민들은 도서관 내 다양한 공간에서 이웃과 어울리며 관계를 맺는다. 특히 이 도서관은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공간을 특정하고, 이외의 구역에서는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이 도서관은 개관 2년 9개월 만에 내방객 30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다케오시 글=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