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장벽’된 HUG 인정감정평가, 울산 예비감정 취소율 90% 전국최고

2025-10-13     오상민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임대보증 가입 시 실시하는 인정감정평가에서 울산의 예비감정 취소율이 90%에 달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인정감정평가 제도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전국 예비감정평가 신청 8821건 중 5766건(65.4%)이 본감정 전 취소됐다.

특히 울산은 90%로 전국 최고 취소율을 보였다. 경북(74.3%), 충북(74.3%), 대구(72.9%), 경남(72.7%) 등 주택가격 하락세가 뚜렷한 지방권이 뒤를 이었다.

아파트는 부동산원·KB시세 등 공인 시세를 활용하지만, 단독·빌라 등은 공시가나 인정감정 결과를 기준으로 하는 탓에 평가금액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으면 감정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HUG는 지난해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업(up) 감정’을 막고자 감정평가를 지정기관(5곳)이 전담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방 중소 건설임대사업자와 임대인들의 반발이 거셌다. 감정평가가 종전보다 15~20% 낮게 나오면서 보증 미가입 상태의 임대주택이 늘고 건설임대사업장은 대규모 보증 불가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HUG는 최근 감정평가 제도를 일부 손질하기도 했다. 감정평가 금액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를 신설하고, 평가기관을 기존 1곳에서 2곳으로 늘려 복수 감정을 허용했다. 평가 선례를 반영해 금액을 조정하고, 감정평가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임대보증금보증에 한해 내년 6월까지 감정 목적을 ‘담보제공용’에서 ‘일반거래용’(시가참고용)으로 완화해 청년안심주택 등 보증 미가입 사업장을 한시적으로 구제할 방침이다.

복기왕 의원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보증 제도가 HUG의 재정건전성 강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평가 절차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높이고, 임차인 보호 중심의 실효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