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롯데, 10년 끌어온 환승센터 포기…“울산에 상처만 남겨”
롯데가 10년 가까이 질질 끌어온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조성 사업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 2015년 사업 추진 이후 ‘공정률 10%’라는 참담한 결과만 남긴 채 롯데는 끝내 사업을 손 털었다.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요구와 조건부 철회, 사업 재개와 중단, 연장이라는 꼼수만 반복하며 시간만 허비하던 롯데는 끝내 철수를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사업 실패를 넘어, 기업의 신뢰를 스스로 걷어찬 무책임하고 비겁한 결정이다.
롯데울산개발은 13일 울주군 삼남읍 신화리 일대의 토지와 주차장 시설물을 561억2272만원에 울산시도시공사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2016년 토지 매입 당시와 거의 같은 가격으로 울산시에 재매각한 것이다. 롯데 측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개발을 포기하고, 울산시에 부지를 반환하는 형태로 사업을 공식 종료했다. 롯데는 앞서 지난 9월 울산시에 사업 포기를 공식 통보했다.
이로써 KTX 복합환승센터 조성 사업은 10년간 주차시설 하나만 남긴 채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광역철도 시대에 걸맞은 복합거점 조성’과 ‘언양권·서부권 개발의 기폭제’라는 울산시의 정책적 기대 역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민간사업자의 책임 방기와 행정의 무책임이 맞물리며, 이 사업은 ‘도시개발 실패’라는 치명적 오명을 남겼다.
롯데는 이번 참담한 실패를 초래한 핵심 당사자로,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사업성’만 따지며 시간을 질질 끌었고, 결국 지역사회의 신뢰를 저버린 채 무책임하게 사업에서 발을 뗐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말처럼, 이미 예견된 실패를 자초한 것이다. 롯데가 울산 시민들에게 남긴 것은 실망을 넘어선 깊은 배신감과 분노뿐이다.
울산시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사업자의 눈치만 보며 주도적 계획과 관리에 실패했고, 수차례 조건을 바꾸며 갈팡질팡했다. 롯데를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하게 내버려 둔 결과, 울산에 남은 건 고작 주차장 부지 하나뿐이다.
이제는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울산시는 KTX 울산역세권 개발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이끌어야 한다. 이번 실패를 철저히 반면교사로 삼아 공공성과 수익성이 조화된 교통·문화·비즈니스 연계형 광역 복합거점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롯데는 울산 시민들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린 책임을 무겁게 자각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 반드시 이행해야 할 책무다. 울산 지역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참여만이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