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태화루 스카이워크가 온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자 선물이다. 전통의 도시 파리부터 현대의 도시 뉴욕까지, 문명이 발달한 지역은 도심에 강을 품고 있다. 인류 역사의 가장 오래된 4대 문명도 강을 낀 지역에서 꽃을 피웠다. 그러나, 강이 있다고 해서 모두 문명이 발달하는 것은 아니다. 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줄기를 바꿔서라도 물길을 끌어들이려고 시도하는 것이 물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태화강은 울산의 커다란 선물이자 축복이다. 탑골 샘에서 발원해 바다로 이어지는 태화강 백리에는 울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역사에는 자연과 함께 호흡해 온 사람의 숨결과 흔적과 체취가 가득하다. 태화강의 발자취가 곧 울산의 흥망성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식수의 원천이었던 태화강은 농업용수로, 그리고 공업용수로도 활용됐다. 산업화와 공업화 과정에서 태화강은 악취가 진동하는 등 공해와 오염의 대명사가 되어 사람들도 멀리했고, 새와 물고기도 찾지 않았다. 죽음의 강, 즉 버려진 공간으로 회복 불능처럼 여겨졌다. 그러다 태화강을 되살려야 한다는 시민의 염원과 바람이 한데 모이면서 죽음의 강에서 생태의 강으로 복원됐다. 사람도, 새도, 물고기도 다시 찾는 친수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태화강으로 흘러드는 공해와 오염의 근원을 차단했고, 볼거리와 놀거리, 즐길거리를 하나하나 갖춰 나갔다. 돈과 땀과 눈물이 만들어낸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맑고 깨끗한 물을 지키고, 십리대숲을 가꾸며, 꽃과 나무를 심어 제2호 국가정원인 태화강국가정원으로 변모시켰다. 앞서 영남의 3대 누각이라는 명성이 자자했던 태화루를 울산의 명물로 복원했다. 태화루에서 바라보는 태화강국가정원을 중심으로 한 태화강의 풍광은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는 천하절경이다. 태화루를 찾는 내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인들도 ‘원더풀’을 외친다. 그럼에도 무엇인가 2% 부족한 듯 허전함은 오랜 가뭄처럼 갈증을 불러일으켰다. 태화강의 조망권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모색할 기구와 시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의 환상적인 결합이 이루어진다면, 울산 관광의 새로운 도약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이 들었다. 태화루 스카이워크는 그런 기대와 확신을 충족시켜 줄 하드웨어이다.
일부에서는 태화루 스카이워크가 도리어 태화강의 경관을 해치는 흉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확고한 생각이다.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없는 것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시대이다.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지형지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인류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지혜의 산물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 일대의 바위에 새긴 글과 그림도 당시 사람들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보존과 개발은 어느 한쪽의 포기가 아니라 함께 가는 동반자와 같다.
전통의 태화루와 현대의 신문물인 태화루 스카이워크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태화루 스카이워크에는 첨단 기술과 기법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라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태화강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예정이다. 울산의 자연과 역사, 울산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울산 사람들의 역동적이고 활기찬 모습도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미디어파사드는 울산의 이미지를 한껏 드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미디어파사드를 장착한 태화루 스카이워크는 태화루와 함께 태화강 조망권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을 것이다. 사람이 몰려들면, 자연스럽게 인접한 태화시장을 비롯한 지역 상권 활성화를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도 충분히 가능하다.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태화루 스카이워크에 추석 연휴는 물론 울산공업축제에 밀려들 인파를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설렌다. 태화루 스카이워크가 반구천의 암각화를 잇는 21세기 새로운 역사적 시설물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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