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산은 울산, 이익은 서울’…줄줄 새는 지역 자본

2025-10-15     경상일보

울산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의 자금이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 본사나 지점을 통해 처리되면서, 지역 금융기관이 소외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산업단지 개발, 아파트 재개발, 해상풍력단지 조성 등의 사업에서 보증, 예치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주요 자금 흐름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금융이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울산 지역 금융기관이 충분한 역량을 갖췄음에도 수도권 본사 중심의 의사결정으로 금융 처리가 외부에서 이뤄지는 웃픈 상황이다. 이는 지역 내에 은행 본점이 없는 울산의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금융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하고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울산 앞바다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대다수 기업들은 예치금과 보증보험 등의 업무를 대부분 서울 강남·양재 등 수도권 지점에서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은 인허가 처리 등 공사만 담당하고, 사업의 핵심인 자금 운용은 외부로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자본 축적’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이 같은 울산의 소득 역외 유출 문제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울산의 명목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90조원에 달했지만, 지역총소득은 67조원에 불과했다. 무려 23조원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큰 순유출 규모로, 대부분 수도권으로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소득 유출 규모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9조원이던 울산의 소득 순유출은 2023년 2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GRDP 대비 순유출 비율도 2020년 13%에서 2023년에는 26%에 육박했다. 주력 산업의 성장 둔화와 내수 침체 속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3분의 1 가까이 외부로 빠져나간 셈이다.

최근 금융기관의 점포 수가 줄면서 금융 접근성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사업 자금이 수도권으로 집중된다면, 울산의 경제 순환 구조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생산→분배→지출로 이어지는 지역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무너지면 그 끝은 지방소멸이다.

울산시는 대형 사업에서 지역 기업 하도급 비율을 높이는 노력처럼, 지역에서 창출된 소득이 다시 지역으로 환류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줄줄 새는 소득 바가지를 막지 못한다면, 울산의 미래도 함께 새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