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가뭄 연대

2025-10-15     경상일보

지난 7월부터 강릉시 일대에는 극심한 가뭄 사태가 시작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의 부재와 오봉저수지 원수 확보 지연 및 최근 강릉 지역 관광 산업 발달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8월 말부터 절수 조치가 이뤄졌고 9월 중순부터 저수율 상승이 시작됐지만, 저수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가뭄이 자연에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역시 물길이 막힌 듯 곳곳이 메말라가고 있다.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도 서로를 적대시하고, 공감과 배려의 자원은 갈수록 희소해지고 있다. 단순히 강수량 부족이 아닌 사회 구성원 간 연대의 부족이라는 의미에서 가뭄은 더 근본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다.

학생들의 마음에도 가뭄은 예외가 없다. 학업과 진로에 대한 압박, 디지털 세상 속 피상적인 관계는 오히려 정서적 고립과 우울, 불안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에 교실 안에서도 외로움과 단절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각박한 사회 분위기에 학교까지 깊게 파고든 경쟁 구도 같은 메마름 속에서 갈라질 대로 갈라져 버린 마음의 대지에 단비가 내릴 수 있게 어른들이 잘 해야 하는데, 제도는 정비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피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어렵다. 우리는 때로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마주하는 흐릿한 결과에 휘어지지 못하고 부러지기도 하지만, 삶이란 원래 완벽함이 아닌 미숙함으로 빚어진 오묘한 것이고, 수많은 실수와 부족함이 겹치고 겹쳐 매력적인 패턴으로 나타나기도 하기에 매 순간 명료하지 않음이 어쩌면 인생의 자연스러운 이치임을 아이들에게 말해주면 어떨까.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노인은 사회 요소의 상당 부분을 포괄하고 있음에도 많은 노인이 소외감과 무력감을 표현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존중과 관심은 거창한 복지 제도 이전에 일상의 사소한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나 또한 언젠간 마주하게 될 시간임을. 길에서 마주친 노인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일, 대화에 귀 기울이는 작은 실천이야말로 메마른 노년의 삶에 내리는 소중한 단비가 아닐까. 바쁜 일상에서 우리는 새로운 생명을 품은 존재에게 얼마나 배려와 도움을 건네고 있을까. 사실 우리는 모두 한때 어머니의 뱃속에서 열 달 동안 따뜻하게 지냈던 경험을 공유한다. 그 기억이 비록 의식에 남아 있지는 않지만 누구나 생명의 소중함과 보호받을 권리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임산부에게 건네는 작은 배려는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물길을 이어가는 사회적 책임이자 생명의 가뭄을 막는 귀한 빗물이다.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려가 모여 강이 되고, 그 강이 바다가 되어 누구도 메마르지 않은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기후의 가뭄도, 사회의 가뭄도, 우리 마음의 가뭄까지 그 해소가 요원하지 않기를 바라며.

김강현 울산온라인학교 보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