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 (70)]트럼프가 일으킨 관세전쟁, 성공 가능성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전쟁으로 촉발된 불확실성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2025년 1월20일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가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1년도 안됐는데 마치 수년이 지난 듯 신문과 방송에 그의 말이 넘쳐난다. 일관성 없는 그의 말은 아침, 점심, 저녁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그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광인전략(Madman Strategy)이라고 부른다.
트럼프는 최근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90조원, 현재 한국정부의 1년 예산은 약 700조원)를 현금으로 ‘선불’ 투자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이 투자금은 미국이 한국에 적용하는 관세 인하(25%→15%)의 전제 조건일 뿐이다. 이에 한국정부는 또다른 외환위기 발생으로 나라가 부도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버티고 있다. 참으로 험난하고 어려운 시절이다.
미국의 경제 이익만을 챙기고 세계 지도국으로서의 미국 위상을 내던진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이는 쉽지 않은 또는 사실상 불가능한 과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세 부과를 통한 미국 제조업 부활 전략은 정치적 수사로는 그럴 듯 하지만 경제적 현실에서는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관련해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트럼프는 왜 무리하게 관세정책을 추진하는가? 둘째, 미국 제조업이 쇠락한 것이 대미 수출국의 갈취 때문인가? 셋째, 외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부과를 통한 미국 제조업 부활전략은 실질적으로 미국인들의 고용확대에 긍정적으로 작동할까?
첫째, 트럼프의 과격한 관세정책은 현실적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이해에서 출발한다. 그는 미국 백인 중산층 붕괴의 불안과 불만을 증폭시켜 표를 얻으려는 계산에서 배타성을 바탕으로 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정책을 추진한다.
한국무역협회 최근 수출동향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 이후 세계 수출량은 늘어난 반면, 미국 수입액은 감소했다고 한다. 미국의 관세 장벽으로 주요 수출국들이 미국외 대체시장을 찾아 나서며 오히려 미국이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한국은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관세정책 이후 수출 다변화를 통해 철강, 전기차, 알루미늄 등 품목에서 미국 외 지역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세상은 트럼프의 뜻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둘째,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쇠락이 지난 30~40년간 중국, 일본, 한국 등 수출국의 미국 이용과 갈취(ripped off)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사실일까? 두 가지 면에서 그렇지 않다. 하나는 미국은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아직도 세계 제2의 제조업 강국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제조업 최강국에서 1위를 중국에 내준 것은 저렴한 인건비로 만든 양질의 공산품을 수입해 쓰는 것이 좋겠다는 미국 스스로의 탈산업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최근 30년간 미국 행정부는 2차 산업인 제조업 비중을 축소하고 3차 산업인 금융 정보통신 등 서비스업을 강화해 왔다. 제조업 비중 축소는 미국 스스로 결정한 자연스런 정책흐름이다. 그런데 저학력 백인들의 불만을 대외적으로 전가하며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셋째, 미국 내 제조공장에서 미국인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제조업 부활계획은 지난한 과제이고 고용시장에도 큰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다는 전문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도 한국처럼 제조업 주종사자는 고령인구 중심이고 젊은 층은 상대적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기피하고 있다. 제조업계의 직무능력과 임금의 고용 미스매치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현대식 공장에서 로봇활용과 자동화는 많은 인력 고용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은 트럼프의 제조업 부활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5월 미국 대형은행 웰스파고는 트럼프의 관세정책 효과분석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내세워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하지만 관세는 기업의 인건비와 생산 비용을 높여 오히려 고용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