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64)

2025-10-22     차형석 기자

천동은 좀 더 힘을 기르기 위해서 동무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천동의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굳이 난리 중이 아니어도 남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그들이었다.

하루에 두 식경씩 무룡산 중턱에서 강도 높은 훈련에 돌입했다. 천동은 동무가 아닌 스승의 입장에서 강하게 그들을 다루었다.

“내가 지금 너희들을 가르치는 것은 동무로서가 아니라 스승으로서 하는 것이니까 꾀를 부리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좋다. 그렇지만 진정 강해지고 싶으면 참고 견디기 바란다. 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우리가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보다도 강해져야 한다. 알겠는가?”

“네, 알겠습니다.”

훈련하는 시간만큼은 천동이 그들의 스승이기에 깍듯이 존대를 하며 그의 가르침을 착실하게 배웠다. 그러한 그들의 자세는 곧 일취월장하는 실력으로 나타났다. 넉 달이 지나자 부지깽이와 꺽쇠의 검술실력은 초급 무관들 수준이 되었다. 천동이 그들을 강하게 단련시킨 것이 결실을 본 것이다.

-보부상 서신 7호-

1596년 5월, 충청도 금산에 사는 서출 동무 강영의 연락을 받고 그곳을 다녀왔었다. 나는 동무에게서 모속관 한현이라는 사람을 소개받고 그와 주막에서 만났다. 한현은 그 자리에서 정여립 난의 조작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당시 정여립의 난을 빙자하여 주상과 권신들은 호남지방의 인재란 인재는 다 죽였다고 했다.

주상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왕권을 위협하는 자들을 전부 제거하고 싶었던 주상은 송강 정철과 서인 일당들의 거짓조서를 묵인하고 일천여 명의 신하들에 대한 주살을 방조하였다. 정여립의 ‘천하는 공물(公物)이다’라는 사상은 조선왕조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모반이고 반역인 것이다. 천하는 오로지 주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정여립의 생가 터는 숯불로 지진 후에 파헤쳐서 소(沼)를 만들어 버렸다. 한현은 정여립의 난에 대해서 말하면서 눈물까지 뚝뚝 흘렸다. 호남을 반역의 지역으로 낙인찍은 주상과 권신들을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정여립의 난에 대한 추국장에서, 서인의 영수이자 가사문학의 대가이기도 한 정철은 송익필이 치밀하게 짜놓은 각본에 의해서 옥사를 확대하여 정적이 될 만한 인물들은 죄다 정여립과 엮어서 처형했다.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었던 좌의정 정언신 등 동인의 거두들이 정철에 의해서 하나둘 목이 달아났다. 동인 중에서 목숨을 부지한 사람은 주상 벗으로 의지했던 류성룡이 유일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득세하던 동인은 몰락했고 권력은 서인들이 장악했다. 유난히 권력욕이 강했던 송강의 광기가 남도의 산하를 피로 물들였다.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