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한계 짓지 말라 가르치며, 한계를 지어야 하는 일
“너는 뭐든 할 수 있어.”
“열심히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은 없어.”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자주 전하는 말이다. 아직 자신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고, 유리천장에 갇히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이것은 교육자로서 내가 오래도록 지켜온 신념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한계를 짓지 말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 한계를 설정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맞닥뜨린다.
한글을 잘 읽지 못하거나 자기 이름도 정확히 쓰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그러나 교사와 부모가 함께 조금만 도와준다면, 이 아이는 곧 자신의 생각을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친구들과 자주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문제 행동의 원인을 함께 살피고 지도해 나간다면, 또래보다 더 성숙하게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모든 아이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실제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이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한다. 그래서 교실에서 아이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학부모에게 전할 때가 있다. 아이의 강점을 이야기할 때는 분위기가 좋다. 학부모는 아이의 재능을 인정해 준 교사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그러나 부족한 점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순간, 분위기는 달라진다.
“집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그런 말 들어본 적 없다.”
교사의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며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교사의 진심은 전달되지 못하고, 아이의 성장을 위한 제안은 ‘지적’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때부터 교사는 아이에게는 “한계를 두지 말라”고 가르치면서도, 그 아이를 지도하는 자신의 역할에는 한계를 설정하게 된다. 가정에서 교사의 노력이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 오히려 반대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했던 교사의 시도가 무력하게 끝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 번은 그런 어려움을 토로하자, 한 선배 교사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런 얘기를 굳이 하지 마. 네가 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그냥 잘한다고 좋은 말만 해줘.”
처음엔 그 말이 냉소적으로 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 말 속에는 수많은 좌절과 단념의 경험이 녹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랜 시간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교육 현실 사이에서 버텨 온 교사의 체념이자 생존의 방식이었다. 교사의 말이 아이에게 닿기 위해서는, 교실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교사와 학부모, 나아가 사회 전체가 아이의 성장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신뢰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는 아이와 함께 한계를 짓지 않고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김보아 울산 화진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