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계약정보 악용 ‘노쇼’사기 기승
지난 7월 말 전기·물품 용역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물품 대리구매 요청 전화를 받았다. 울주군시설관리공단 소속 직원이라고 밝힌 B씨는 “이동식 간이 소화장치가 긴급하게 필요하다”며 명함과 물품 납품업체 연락처를 건넸다. 평소 공단과 자주 계약했던 A씨는 B씨 이름의 직원이 공단에서 근무 중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B씨가 알려준 납품 업체에서 계약단가보다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하는 등 차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A씨는 결국 개인 마이너스 통장으로 4800만원을 송금했다. 수시로 “급하다”며 계약을 요청한 B씨의 전화도 송금에 한 몫했다.
하지만 계약 당일 저녁까지 연락이 됐던 거래처는 다음 날부터 연락이 끊겼다. 아차 싶은 A씨는 그제야 공단으로 문의했고, 사기인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담당자가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렇게 연락했겠나 싶어 계약했는데, 결국 사기였다”며 “못 찾을 게 뻔하다 생각해 경찰 신고 후 잊고 살고 있었는데, 며칠 전 또 다시 울산구치소 직원이라며 사기를 치려는 전화를 받았다. 정말 너무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울산에서 공무원을 넘어 공단·지자체 직원을 사칭한 ‘노쇼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공기관의 계약 정보를 이용해 실제 공단 직원 명의를 도용하고, 평소 계약을 자주 하던 거래처에 대리 구매를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것이다.
특히 실제 피해자나 노쇼 사기 전화를 받은 이 대부분이 공공기관과 실제 계약 경험이 있는 납품업체들이며, 사기범들은 계약정보공개시스템이나 나라장터 등에서 공개된 자료를 악용해 접근하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지역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모든 계약 사항이 관련 법에 의해 공개돼야 하기에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며 “물품 구매 요청 등을 받을시 계약 기관의 공식 연락처로 연락해 계약 요청 담당자와 계약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쇼 사기에 대한 홍보 이후 실제 피해 사례로 이어지는 피해 신고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며 “단기간의 이익에 혹하지 말고, 정식 계약서 작성 등을 통해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