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암모니아 저장시설, 울산이 여는 청정에너지 새 항로
울산신항에 국내 최초의 상업용 암모니아 저장시설이 들어선다. 이 시설은 암모니아를 해외에서 수입해 국내 혼소 발전 연료나 기업의 수소 생산 원료, 암모니아 추진 선박 연료 등으로 공급하며, 향후 재가공 및 수출 기능까지 갖출 예정이다. 이번 암모니아 저장시설은 지난 6월 정부가 지정한 울산항 ‘암모니아 벙커링 규제자유특구’ 운영과 시너지를 내어, 울산항을 수소·암모니아·메탄 등 ‘친환경 에너지 물류 허브’로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주군 온산읍 남신항에 들어설 이 시설은 현대오일터미널이 2340억원을 투입해 2028년까지 연간 125만t을 처리할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으로, 22일 울산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암모니아는 차세대 청정연료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소보다 저장과 운송이 용이하고,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탄소중립 실현에 적합하다. 발전소 혼소, 선박 연료, 수소 운반체 등 활용 범위가 넓어 ‘수소경제의 매개체’로 불린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정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는 암모니아 추진 선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가 이 분야의 신조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은 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과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 건조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사업은 울산이 운영 중인 ‘암모니아 벙커링 규제자유특구’와 맞물리며 그 의미가 커진다. 울산은 암모니아 연료 벙커링 실증사업의 본격 추진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술 실증은 가능했지만, 안정적으로 저장할 인프라가 부족했다. 이번 투자 계획은 실증 단계를 상업화로 전환시키는 기반이자, 특구의 경제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보완재다. 저장에서 공급, 활용으로 이어지는 ‘암모니아 연료 밸류체인’이 울산에서 완성될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암모니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3년 839억달러, 국내 시장도 10년 새 1.5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용 비료 중심의 기존 수요에 더해 발전과 해운 분야에서 청정연료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신항의 암모니아 저장시설 설치는 울산을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전초기지이자,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거점으로 세우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정부는 암모니아 산업 생태계가 조기에 안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 기술 개발 및 인프라 투자 등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