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양식장 전멸…방어 ‘귀하신 몸’
2025-10-23 오상민 기자
22일 찾은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12월 대방어철을 앞둔 이맘때면 울산 수산물 업계에도 초기 출하 물량의 소·중방어가 꾸준히 들어와야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방어를 파는 곳이 손에 꼽힐 만큼 줄어드는 등 사실상 개시조차 못한 상황이다.
남구의 한 횟집 주인은 “양식이 끊겨 자연산을 구하려 해도 가격이 너무 올라 수익이 안 남는다”며 “기름기도 없어 일단은 방어를 메뉴에서 뺐다”고 말했다.
일본산 양식 방어가 일부 들어오고 있지만 예년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산 자연산 물량이 부족해 일본산 활어가 틈새를 메우는 형국이다.
이 같은 방어 품귀 현상은 이상기후 탓이 크다. 방어는 수심 200m 이내 연안에 서식하며, 제주도와 통영·거제·남해를 비롯한 남해 연안에서 주로 잡히거나 양식된다. 국내 방어 양식장은 특히 통영과 남해, 제주 일대에 밀집돼 있으며, 매년 겨울 전국 시장에 출하되는 방어의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나온다. 하지만 올해는 고수온과 녹조 피해가 겹치며 주요 양식장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과 수협 등에 따르면 지난 여름 통영·남해·거제 등 6개 시군에서 방어·참돔 등 13종 281만마리가 집단 폐사했으며, 피해액은 596억원에 달했다. 남해안 수온이 30℃ 안팎까지 치솟은 데다 녹조성 적조가 극성을 부리면서 가두리 양식장이 사실상 전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방어 평균 경락가격은 ㎏당 1만5000~2만4000원 수준으로, 산지와 규격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일본산 2㎏짜리 활방어는 ㎏당 2만2000원, 1㎏짜리는 1만9500원에 거래됐으며, 동해산 활방어는 1만5400원 안팎이었다. 중방어급(2~3㎏ 내외) 시세는 지난해보다 40~50% 이상 오른 셈이다.
우럭·참돔 등 다른 횟감 어종도 비슷한 상승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주 광어 도매가격은 ㎏당 1만8200원으로 지난해보다 5%가량 낮지만, 우럭은 ㎏당 2만1700원으로 16% 이상 상승했다. 참돔은 ㎏당 1만6700원대로 강보합세를 보였다. 양식 피해에 사료비·유류비 부담이 겹치면서 도매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수산업계 관계자는 “11월 중순 이후 동해안 자연산 방어 어군이 북상하면 물량이 다소 풀리겠지만, 양식 공백이 커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금 추세라면 12월 대방어철엔 방어가 귀한 생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사진=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