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4)]동호회 구성원의 말하기

2025-10-24     경상일보

우리는 한평생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그 많은 관계 가운데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동호회(同好會)라는 것이 있다. 여러가지 운동을 비롯해 갖가지 예술, 종교, 봉사, 학술활동까지도 넓은 의미에서 동호회라고 할 수 있다.

동호회는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구성원들 사이가 개인적이며 자율성이 강한 특성이 있다. 따라서 그만큼 구속력과 결속력 또한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호회도 사회적 조직의 하나이기 때문에 동호회에서 잘 적응하려면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하며 그에 따라 말을 잘해야 한다. 나이나 과거 또는 현재의 사회적인 지위 등 동호회와 직접 관련이 없는 외적인 조건을 의식해서 구성원들에게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동호회 회원으로부터 호감을 얻기 어렵다.

그리고 동호회는 나름 목적성이 있는 모임이다. 따라서 동호회의 말하기 중심은 가능한 한 동호회와 동호회를 통한 개인의 발전과 같은 동호회 성격에 적절하게 말을 하는 것이 좋다. 친밀도가 깊어지면 대화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겠지만 동호회와 관련이 없는 사사로운 개인적인 문제나 남의 가정사 또는 남을 험담하거나 서로 오해받을 만한 말은 삼가야 한다. 동호회는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이기 때문에 남으로부터 구설수에 오르기 쉽다.

또한, 동호회 구성원은 정치적 이념이나 특정 정당, 정치인, 종교와 같은 민감한 내용은 가능한 한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동호회는 다양한 이념이나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호회는 동호회 성격에 따른 여러 행사가 있을 수 있다. 행사나 경기가 있을 때는 구성원들은 솔선수범해 동호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경기가 있을 때는 짝(파트너)에게 서로 격려하고 협력하는 말을 하는 것이 좋다. 한 사람과의 사이가 좋지 않으면 동호회 전체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동호회를 포함해 어떤 모임이든 남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잘 지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자기 주장을 지나치게 내세워도 안 되고 때로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서로 양보하기도 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칭찬하며 예의를 지키는 것이 최선의 말하기가 아닌가 한다.

혹시, 자기가 동호회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된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자기가 남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며‘ 비판과 불만을 쉽게 말하고 있지 않는지 한번쯤 돌아 볼 일이다.

좋은 동호회 활동은 분명 우리의 삶을 풍부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따라서 동호회 구성원들과 의사소통을 잘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