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실용외교’ 본격 시험대에

2025-10-27     김두수 기자
집권 5개월째를 향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금주부터 본격화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국익중심 실용외교 성과를 낼지 시험대에 올랐다.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여권 핵심부 등에 따르면 이번 APEC 정상회의가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의 분수령인 동시에 한반도 경제·안보의 향방을 결정할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 등 강대국 정상들이 경주에 집결해 벌이는 ‘복합 외교전’의 틈바구니에서 이 대통령이 한국 외교의 균형점을 찾고 국익을 지켜내느냐에 따라 임기 초반 국정운영 동력이 좌우될 공산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이 마주할 APEC 외교전의 하이라이트로는 한미·한중·미중 간 연쇄 정상외교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협상·안보 패키지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공급망 안정화와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 등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다면 ‘최선의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대화의 진전 신호를 끌어내는 등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성과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 온 미중 갈등구도가 첫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완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면, 이 대통령이 언급한 ‘가교 국가’로서 한국 외교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문제는 일단 교착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이 이 대통령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3500억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내용을 둘러싼 한미 간 입장차는 상당 부분 좁혀졌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지만, 투자액 중 현금 비율과 자금의 공급 기간 등 몇몇 쟁점이 아직 남아 있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어떻게 잘 해내느냐도 숙제다. 중국은 우호 협력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원칙 속에서도 한미 간 밀착을 견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한국과의 정상회담에 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논의를 주고받느냐에 따라서도 한국을 향한 양국의 압박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미 정상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 혹여라도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전적으로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APEC을 계기로 북미 대화에 진전이 만들어진다면 단숨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정부의 핵심 과제로 부상할 수 있으며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회담 결과도 주목된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