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펜데믹 3년이 지역에 남긴 유산 중 하나

2025-10-28     경상일보

며칠 전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은 한개의 작은 병동 전체에 음압시설이 가동되는 긴급치료 음압병동 조성을 완료했다. 이는 코로나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재발할 경우를 대비해 정부에서 재작년에 시행한 긴급치료병상 지원사업의 결과로 병원 예산과 정부 지원이 각각 반씩 부담되어 이뤄졌다. 중앙 제어 시스템으로 병동 전체가 통제되며 헤파필터 수십장이 각 구간에 나눠서 배치되었고, 17개 병상 중 4병상은 병실 내에서 응급 혈액투석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신장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패혈증 등으로 급성 신대체 요법이 필요한 환자도 치료가 가능한 환경이다.

음압은 간단히 말하면 공기를 빨아들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만, 병실에 그 개념만 적용해 계속 빨아들이기만 해서 일종의 진공상태로 만든다는게 아니다. 병실 내부에서도 바람을 불어내는 양압과 빨아들이는 음압이 교차 순환되어야 하고 그런 가운데 전체적으로는 바깥 복도와 압력 차이가 나도록 조성되어야 하므로 계산이 간단하지 않다. 또 병실이기에 빨아들인 공기는 헤파필터를 통해 다 살균 및 희석되어 다시 어딘가로 불어나가 순환되어야 한다. ‘제대로 만들려면’ 기술적으로 상당히 신경써야 할 수 밖에 없다. 타지역의 이분야 전문병원들을 보면 평소엔 일반적인 환자를 치료하다가 비상 상황에선 그대로 기능을 전환하여 통제된 병동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완성된 음압병동도 그런 전환이 용이하게 만들어졌으며, 울산병원은 거기서 더 나아가 그런 상황에선 병동에 이르기까지 환자가 이동하는 동선 자체를 일반환자와 분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따로 뒀다. 과거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얻은 여러 경험들이 도움이 됐다. 게다가 벽이나 천장에 붙는 모든 것들, 하다못해 조명 스위치까지도 내부 부착면에는 실리콘 처리를 다 하는 등 기밀에 신경 써 통제된 압력만 쓰이도록 하는 동시에 혹여나 병동 구석구석에서 병원균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차단했다.

이렇게 완성된 모습만 보면 철저하기에 다행스럽지만,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몰랐으니 했지, 미리 알았으면 시도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음압병동 공사는 준비기간을 제외한 시공기간만 1년 가까이 걸렸으며 공사 자체는 물론 확인 및 승인 과정도 상당히 까다로웠다. 예산도 일반병동으로 지었으면 들었을 예산의 두배가 들어갔다. 두배가 된 이유의 대부분은 공조시설과 관련되어 있고 심지어 그렇게 만들어진 병동의 공조시설은 안전하지만 운영상 경제적이라 보기도 힘들다. 헤파필터도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음압공조 시설의 경우 일반적인 공조시설에 비해 일정부분 비효율이 발생한다. 사업이 진행되면서는 만약 해당 공간을 사업지원 없이 자체 예산으로 일반 병동으로만 지었다면 들어간 예산은 똑같은데 병상 수는 더 많이 나오면서 아마도 더 빨리 완성되었을 거 같다는 의미없는 가정도 혼자 해보곤 했다.

도면 승인부터 시공 및 완료까지 절차적인 문제도 생소했다. 수년전 코로나 시기 때 유관기관의 요청으로 병동 하나를 이동형 음압기 등을 두며 음압병동으로 전환공사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사실 당시 이루어졌던 신속한 과정을 예상하고 신청했다가 이번 긴급치료병상 관련된 빡빡한 기준과 절차들을 겪으며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사업신청을 생각하다가 포기한 병원도 있었고 울산병원의 경우도 이런 부분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방법을 찾아가며 오랜 시간과 공을 들인 끝에 완성했다. 이러했기에 과연 이 사업을 신청한게 잘한 일인가하는 생각이 중간중간 들었지만, 결국 완공 후 승인 완료까지 된 지금은 뭔가 학교 시험을 통과한 듯 후련한 기분도 든다.

공공병원이 없기에 그 기능들을 나눠서 맡고 있는 울산의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역할 사이에서 갈등을 많이 한다. 울산의 전체 음압병상은 지난해 기준으로 30개가 안되어 인근 지역에 비해 모자랐던 터라 필요했던 건 사실이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긴 했지만 과거의 경험은 이제 지역의 유산으로 또 대비책으로 현실화했고 코로나 전에도 5~10년마다 감염병 이슈가 있어왔던걸 생각하면 이런 대비는 현실과 무관한게 아닐 것이다. 앞으로 그런 상황이 안 오면 좋지만, 혹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이 시설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길 바란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