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진 회축제 ‘바가지·불친절’ 없애자

2025-10-28     김은정 기자
오는 11월15일 ‘방어진 회축제’를 앞두고 방어진 상인들이 신뢰 회복을 위해 스스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전국 해안 관광지에서 불친절과 바가지요금 논란이 불거지자, 방어진 상권도 위기감을 느끼고 선제적으로 단합해 자정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27일 울산 동구 등에 따르면, 동구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난 6월부터 상인 교육과 축제 운영 역량 강화를 위해 ‘방어진 회축제학교’를 운영해왔다. 이번 프로그램은 방어진활어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 상권의 브랜딩과 지속가능한 축제 모델 구축을 목표로 진행됐다.

교육 과정에서는 최근 2년간 회축제에서 제기된 민원과 불편 사례를 공유하고, 상인들이 직접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또 ‘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지속 가능한 관광지의 조건’ 등 이론 교육과 함께 선진지 견학도 진행됐다. 상인들은 목포 만호동 ‘건맥 1897 축제’를 찾아 축제 운영 노하우와 상권 활성화 전략을 배우며 방어진항에 접목할 방안을 모색했다.

최근 일부 지역 축제에서 불친절·가격 논란이 전국적 이슈로 확산되면서 상인들의 태도도 한층 달라졌다.

상인들은 내부적으로 ‘바가지 근절’을 선언하고, 위반 시 상인회 차원의 징계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QR코드 결제나 울산페이 등 디지털 결제방식을 익히지 못한 고령 상인들을 서로 돕는 등 변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정영숙 방어진활어센터 상인회장은 “손님 한 명이 느낀 불만이 온라인으로 퍼지면 명성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며 “불친절과 바가지를 없애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교육 참여 열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구는 방어진항이 다시 주민과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기존 활어센터 중심의 상권을 인근 중진길·내진길·공동어시장 일대까지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날 회축제학교의 마지막 일정으로 방어진활어센터 주차장에서는 ‘방어진 회 운동회’가 열렸다.

상인과 주민 100여명이 참여한 이날 행사에서는 방어진항의 특색을 살려 방어팀·전어팀·가자미팀·고래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즐겼다. 생선을 보고 무게를 맞추는 ‘눈저울 게임’, 철가방 안 해산물 종류를 맞히는 ‘철가방 퀴즈’ 등 상인 특유의 손맛이 녹아든 이색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한 상인은 “40~50년 넘게 장사했지만, 상인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건 정말 오랜만”이라며 “축제의 성공뿐 아니라 방어진항이 옛 활기를 되찾도록 다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동구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 회축제가 성황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혼잡과 불만도 있었다”며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계기로 올해는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축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방어진 회축제는 내달 15일 방어진항 일대에서 열린다. 다만 올해 축제 예산이 구비에 반영되지 않아 비예산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어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축제 예산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